Interview #9

루디무스(LUDiMUS) 주식회사 사토 쇼 “당연하죠.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반드시 게임 시장이 존재합니다. ”

서문

비디오 게임이 탄생한 지 70년이 넘었다. 이제 게임은 세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는 공통의 오락이자, 보편적 언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정말로 세상의 구석구석까지 게임의 빛이 스며들었을까?
그렇다면 예를 들어, 남극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교도소에서는?
인도에는? 중앙아시아에는? 중동에는? 분쟁 지역에는? 사막에는? 슬럼가에는?
그런 곳에도 게임은 존재하는가?

이 모든 물음에 대해
“있습니다.”
라고 힘 있게 단언하는 남자가 있다.
정말인가? 직접 보고 온 건가?
다섯 대륙과 일곱 바다의 끝에서 끝까지 돌아다녔다는 건가?
다시 묻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로 봤습니다. ”

사토 쇼.
세계의 게임 시장을 조사하는 루디무스 주식회사의 CEO다. 국제 게임 시장 분석가로서 세계를 누비며, 각국 정부 기관과 컨퍼런스에서 매년 수차례 강연을 한다.
보고서와 데이터를 수집할 뿐 아니라, 때로는 슬럼가나 암시장 같은 위험한 지역에 직접 발을 들이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그는 일본 게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인디 게임 문화를 위해 세계 곳곳을 취재해 온 I.N.T.는
사토 씨를 모시고 “아시아 게임 시장과 개발 현장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시아 각국은 일본인에게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지만, 문화적으로는 가장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과 중국은 최근 들어 게임 문화 측면에서도 가까워지고 있지만,
각 나라가 어떤 배경과 시장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비전을 품고 있는지,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
최근 e스포츠 분야의 주요 스폰서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의 게이머들은 어떤가?
인도에서는 PUBG가 인베이더 게임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인도네시아에서는 길거리 음식 ‘박소(bakso)’ 노점을 모티프로 한 게임이 히트하며,
카자흐스탄에서는 인디 게임 문화가 급성장하고 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게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 배경을 이해하기 위한 최적의 가이드가 바로 사토 씨다.
이번 인터뷰는 사토 씨를 길잡이로 삼아, 일본에서 출발해 중동까지 둘러보는 일종의 ‘그랜드 투어’다.
이 여정이 끝날 무렵, 당신도 아시아의 게임 현황에 대해 한층 깊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배움은 단순히 게임에 국한되지 않는다. 요즘처럼 게임을 산업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게임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경제와 정치의 흐름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 대화는 아시아 게임계의 겉과 속,
비즈니스부터 문화까지 빠짐없이 다루는 4시간이 넘는 초대형 인터뷰다. 약 4만 자, 읽는 데 1시간 반가량 걸리는 분량이지만, 게임 팬부터 업계 종사자까지 확실히 읽을 가치가 있다.

<아래 인터뷰는 2024년 5월 10일에 녹취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했습니다. >
듣는이・편집 /Jini
듣는이・기획/사이토우 다이치
집필/치바 슈우
사진/이요다 아키히코

남극의 게임 시장을 조사하려는 남자

Jini:
I.N.T. 공동 편집장이자, 독립 게임 미디어 ‘게임제미(Game Zemi)’의 주필인 Jini입니다.
이번에는 I.N.T.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계 각지의 게임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토 씨를 모시고, 특히 아시아의 게임 시장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사이토:
저 역시 I.N.T. 공동 편집장이자 WSS playground 대표를 맡고 있는 사이토입니다. 덴파미니코게이머(電ファミニコゲーマー) 독자 여러분께도 이미 익숙한 분이시겠지만, 다시 한 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사토:
루디무스 주식회사 대표 사토 쇼입니다.
저희 회사는 일본의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컨설팅 기업입니다. 주로 각국의 게임 시장 조사를 전문으로 합니다.
특히 저희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신흥국 시장입니다. 신흥국이라 하면, 흔히 말하는 서구권을 제외한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지역을 일컫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유럽과 북미 지역에도 저희의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조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산업 국제 컨설팅 회사 ‘루디무스’ 로고)

Jini:
왜 해외의 게임 시장, 그중에서도 그렇게 틈새적인 신흥국을 조사하게 되신 건가요?

사토:
제가 신흥국 조사를 시작하게 된 건, 사실 ‘게임’이라는 꿈의 직업으로 현실적으로 먹고살기 위한 계산에서 출발했습니다.
우선 북미나 유럽, 혹은 중국 같은 지역의 전문가들은 이미 그 당시에도 경쟁 과열 시장이었고, 앞으로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수출 시장으로 중요해질 나라들, 즉 신흥국에 초점을 맞추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신흥국의 게임 산업이 앞으로 성장한다고는 해도, 아프리카의 경우 10년, 20년 안에 진출할 만한 대규모 시장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일본에서 거리가 있으면서도, 경제적으로 유망한 시장이라고 하면 결국 중동입니다.
그래서 대학 재학 중에 “어떻게든 중동 쪽과 인연을 만들 수 없을까” 하고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같은 수업을 듣던 요르단인 친구가 때마침 “그럼 요르단에 좋은 일자리 있어요” 하고 제안하더군요. 말 그대로 때마침 찾아온 기회였습니다. 저는 곧장 요르단으로 날아갔습니다.

(요르단. 사진은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세계문화유산 와디 럼 보호구역)

Jini:
정말 계획대로 진행된 셈이네요.

사토:
그런데 막상 요르단에 도착해 보니, 그 일자리라는 게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친구가 허풍을 떤 거였죠.

Jini:
정말요!?

사토:
그걸 도착하고 나서야 말하면 어쩌라는 겁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현지에서 알게 된 요르단 사람들에게 현지 게임 개발사 리스트를 받아서, 한 회사 한 회사 찾아가 “저 좀 고용해 주세요” 하고 부탁하고 다녔습니다.
그 덕분에, 요르단의 게임과 게임 개발의 국제적 위상 향상을 목표로 하는 단체인
Jordan Gaming Task Force에서 승인을 받았습니다.

사이토:
하하하, 정말 처음부터 너무 엉뚱하고 재밌네요. 사토 씨를 오래 알고 지냈지만, 그런 취업 실패담은 처음 듣습니다.

Jini:
한번 크게 넘어지셨지만, 회복력도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지금은 북미나 유럽 같은 주요 시장도 조사하고 계시고, 활동 범위도 훨씬 넓어지신 인상이에요. 이쯤 되면 사토 씨가 조사하지 않은 지역은 없을 것 같은데요?

(I. N. T. 로서는 첫 인터뷰이지만, 덴파미니코게이머 측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사토 씨를 취재해 왔다)

사토:
아니요, 그래도 가보지 못한 나라가 훨씬 많습니다. 태평양 도서 지역 정도만 돼도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남극도 그렇고요…….

Jini:
아무리 그래도 남극에는 게임 시장이 존재하진 않겠죠? ……어? 있는 건가요?

사토:
아니요, 큰 관련이 있습니다.
남극에도 게임 시장, 있습니다.

사이토:
남극에!? 게임 시장이!? 있다고요!?

사토:
당연하죠.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반드시 게임 시장은 존재합니다.

Jini:
그렇군요, 남극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은 날씨에 따라 시간이 남을 때가 있으니까요…….

사토:
애초에 비디오 게임의 역사를 보면,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에서 만들어진 〈Tennis for Two〉처럼, 대학생이나 연구자들이 시작한 것이잖아요. 그리고 남극의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연구자들입니다. 그들은 그야말로 게임을 좋아하는 ‘긱(Geek)’들이죠. 심심풀이로 제일 먼저 선택하는 게 게임이에요.
들어보니 로컬 네트워크(LAN)로 대전을 한다고 하더군요.

Jini:
아, 그렇겠네요. 남극에서 미국이나 일본 플레이어와 대전하는 건 불가능하겠죠.
소위 ‘렉(Lag)’이 생기니까요.

사토:
위성을 통해 통신이 가능한 시간대가 정해져 있어서, 그 시간대가 아니면 접속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격투게임이나 FPS 같은 온라인 대전은 사실상 불가능하죠. 그래서 현지 게이머들의 말에 따르면, 남극 내에서 LAN이나 오프라인으로 즐긴다고 합니다.

Jini: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사라진 LAN 문화가, 남극이라는 오지에 남아 있었다니 놀랍네요.

사토:
또 극지처럼 극한의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교도소에도 게임 시장이 있습니다.

Jini:
교도소 안에서 게임을 해도 괜찮은 건가요?

사토: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교도소 전용 게임 플랫폼까지 존재합니다. 미국의 Pebblekick이라는 회사가 유명하죠. ‘교도소용 게임 플랫폼 점유율 1위’를 표방하고 있으며, 주로 중국이나 한국의 게임을 중심으로 서비스하고 있다고 합니다. ‘점유율 1위’라는 건, 다른 경쟁사들도 존재한다는 뜻이겠죠. FPS 같은 장르는 금지되어 있지만, 기본 플레이 무료에 과금 시스템이 있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Jini:
과금이라면, 수감자들이 교도 작업으로 번 돈을 사용하는 건가요? 마치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지하 제국 편 같네요. 수감자들만의 게임 시장이 존재하는 셈이군요.

사토:
맞습니다. 그런 극지의 게이머들을 직접 인터뷰해 보고 싶습니다. 완전히 격리된 폐쇄 공간에는 반드시 게임이 존재하거든요. 군의 전방 기지라든가 잠수함 같은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흥미롭지 않습니까?

사이토:
그럼요! 그런 이야기라면 꼭 읽고 싶어요.

동아시아

Jini:
이제 극지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이번 인터뷰의 메인 주제는 ‘아시아 게임 시장의 조감도’입니다.
일본을 출발점으로 삼아, 이미 게임 강국이 된 한국과 중국 같은 인접국에서 시작해, 동남아시아를 한 바퀴 돈 뒤, 인도 등 남아시아를 거쳐, 러시아까지 포괄하면서 지금 가장 뜨거운 시장 중 하나인 중동으로 이어집니다. 이들 시장이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어떤 개발자들이 활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일본의 게임 회사들은 어떤 전략으로 나서야 하는지를 살펴보는 여정입니다.
이 투어의 가이드를 사토 씨께 부탁드리려 합니다.

(인터뷰는 녹화 직전에 구입한 ‘글로벌 세계지도’를 참고하며 진행되었다)

자, 그럼 시작해 봅시다.
먼저 동아시아 지역, 중국과 한국부터 살펴보죠.
한국은 I.N.T.에서도 〈블루 아카이브〉, 〈SANABI〉, 〈림버스 컴퍼니〉 등을 취재했습니다. 또 중국은 〈원신〉이나 〈흑신화: 오공〉 등, 일본에서도 화제가 된 작품들이 많죠.
게임과 경제 양면에서 이 두 나라를 신흥국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아시아 전체의 게임 지도를 그리는 데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사토 씨의 시선에서 볼 때, 이 두 나라는 어떻게 비쳐지고 있나요?

https://news. denfaminicogamer. jp/interview/240628b\_jp
https://news. denfaminicogamer. jp/interview/240719a\_jp
https://news. denfaminicogamer. jp/interview/240917j\_jp

사토:
중국이든 한국이든, 두 나라 모두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일본 입장에서는 문화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접근하기 쉽다는 점도 큰 장점이죠.
일본, 중국, 한국의 많은 타이틀이 서로의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세 나라의 게임 이용자 취향은 상당히 비슷합니다. 이는 사대기서(*)에서부터 애니메이션까지, 역사적으로 서로 문화적으로 상호 영향을 주고받아 온 역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일본과 중국, 일본과 한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의 관계도 매우 깊습니다. 예전 한국의 PC 게임은 중국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전개했기 때문이죠. 한국이 중국의 게임 문화에 끼친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이처럼 일·중·한 3국은 서로에게 문화적 수출의 강점을 가진 국가들입니다.
일본에서 보면 중국과 한국은 이미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사실은 아직 성장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이 그렇습니다.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가 여전히 크고,
인구 하위 등급(저선) 도시나 농촌 지역에서는 아직 충분히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경기 흐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본 게임이 더 깊이 진출할 수 있는 여지는 상당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대기서:『금병매』『삼국지연의』『서유기』『수호전』을 가리킴.

중국: 게임에서도 잠자는 사자

(일본 외무성 공식 웹사이트 발췌)

Jini:
그럼 이제 중국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최근 중국 게임들은 국제적으로 히트작이 많고,
이제는 완전히 하나의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은 인상이 있습니다.

(〈원신〉)

사토:
중국 개발자들에게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판매하는 편이 훨씬 쉽습니다.
중국 내에서 판매 라이선스를 취득하려면 절차도 복잡하고, 인맥도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먼저 해외에 출시한 뒤, 일정 규모로 성장하면 중국에 역수입하는 방식도 존재합니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전 세계에 서비스하면서도 중국 내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사례도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원래 중국 시장은 규제뿐 아니라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의 힘이 지나치게 강했습니다. 예전에는 플랫폼 측과 개발·퍼블리싱 측이 매출을 반반씩 나누는 구조가 기본이었다고 해요. 심지어 70%를 플랫폼이 가져간 사례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당시에는 매출이 오르면 개발자의 몫이 줄고, 플랫폼의 몫이 늘어나는 이상한 구조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Jini:에? 하지만 Steam 같은 일반적인 판매 플랫폼은 반대잖아요.
매출이 오를수록 제작 측의 분배율이 더 높아지죠.

사토:
그렇죠. 그래서 개발자 입장에서는 너무 많이 팔려도 곤란한 상황이었던 겁니다. 그 당시 개발자들 사이에서 자주 하던 말이 있었죠. “AAA를 만들지 말고, B급 정도로 만들어라. ”즉, 적당히 매출을 조절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돈 버는 요령이었던 거죠.
그래서 일부러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게임’을 의식적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외부에서 보면, 아마 “중국 게임의 기술력은 그 정도인가” 하고 보였을 겁니다.

Jini:
사실 중국에는 마음만 먹으면 오리지널 AAA 타이틀을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잠재력이 있었던 거네요. 〈원신〉 같은 대히트작은 갑작스러운 돌연변이가 아니었던 셈이군요.

사토:
맞습니다. 무슨 대단한 기술적 돌파구나 미싱 링크가 있었던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만한 역량이 있었던 겁니다. 우수한 프로그래머나 아티스트를 배출하는 교육기관이 잘 갖춰져 있고, 또 수십 년 동안 일본·미국·유럽 게임의 하청 개발을 통해 쌓아온 노하우가 있으니까요.
거기에 Valve가 등장해서 “수수료는 30%면 됩니다. 매출이 늘면 20%로 줄여 드리죠.”라고 하자,개발자들이 본격적으로 의욕을 내기 시작했죠.

Jini:
중국 개발자들이 대형 국내 플랫폼 회사 이름이 나오면 얼굴이 굳어지는 인상이 있었는데, 그런 플랫폼 우위의 구조적 배경이 있었던 거군요.

사토:
그래서 오히려 밖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그들은 로컬라이징(현지화)에 사활을 겁니다.
중국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로컬라이징의 품질이에요.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이나 유럽보다도 번역 품질 관리가 철저합니다. 즉, 일본어나 영어 같은 메이저 언어가 아니라,
보통 게임 회사들이 번역조차 하지 않는 아랍어 같은 언어까지도
퀄리티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뜻입니다. 덕분에 라틴아메리카나 중동의 플레이어들이 그 게임이 중국산인지도 모른 채 즐기는 모습을 현지에서 자주 보게 됩니다.

(〈원신〉)

사토:
덧붙이자면, 로컬라이징은 일반적으로 유럽 기업들이 강하고, 미국 기업들은 의외로 약한 인상이 있습니다. 미국은 자국 시장만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으니까요. 국내 시장이 큰 만큼, 국내 시장의 논리에 끌려가기 쉽습니다. 그래서 지리적으로 미국과 가까운 중남미 지역은, 일부 회사를 제외하면 게임 시장으로서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히스패닉 인구가 많은 마이애미를 거점으로 중남미 시장을 커버하는 경우도 있지만, 게임 회사로서는 아직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유럽은 역시 다언어 국가가 많기 때문에, 언어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그 위에, 중국의 강력한 영업력이 있습니다.
중국인이 세계를 상대로 물건을 파는 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특히 화교 네트워크는 엄청나죠. 저도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지만, 중국인이 없는 나라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Jini:
중국의 게임 작품뿐 아니라, 중국인 게임 업계 관계자들이 어느 나라에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사토:
그렇습니다. 중동이든 중앙유럽이든 남미든 아프리카든, 반드시 있습니다. 그리고 현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발자에 대해서도 그렇고, 이용자 커뮤니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지에 맞춘 오프라인 이벤트를 어디서든 개최합니다.

Jini:
중국 콘텐츠가 시장에 깊이 침투하는 이유는, 그런 커뮤니케이션 능력 덕분이기도 한가요?

사토:
그들이 가진 행동력의 엔진이 다릅니다. 유럽이나 미국 기업의 경우, 현지에 법인만 세우고 끝내거나, 경영진에 서양인을 두고 나머지는 현지인에게 맡겨버리는 패턴이 많습니다.
“숫자만 맞춰주면 된다”는 식이죠. 그 안의 내용이나 시장 자체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중국 기업은 본사 인력이 직접 현지에 가서 실제 상황을 관찰합니다.
그리고 현지인들과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그 땅에 맞는 전개 방식을 만들어 갑니다. 그런 과정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 것이 성공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사토:
제가 전 직장에서 게임 비즈니스 리포트를 시작한 게 약 10년 전쯤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중동이나 동아시아에서 중국 게임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클래시 오브 클랜〉 같은 유럽 타이틀이 강세였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 5\~6년 사이에 매출 순위가 점점 중국 타이틀로 바뀌어 갔습니다. 지금은 신흥국 게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중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건 역시 인력과 콘텐츠, 두 측면에서 ‘로컬라이징’을 능숙하게 해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Jini:
같은 이야기를 텐센트의 레오 씨에게서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도 사실 “현지 법인만 세우고 끝”인 경우가 많죠. 도대체 중국은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걸까요?

(※: 「들으면 들을수록 납득할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 IT기업 텐센트, 게임 업계 제패의 길 ─ 일본에서의 히트야말로 세계적 성공의 시금석이 될까!?」https://news. denfaminicogamer. jp/interview/230617a)

사토:
국제적 인재층이 두텁고 질도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수한 중국인들은 해외 네트워크를 빠르게 구축하고, 현지인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형태의 ‘화교’로 자리 잡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 추장이 된 중국인 이야기도 있는데, 그만큼 압도적인 생명력과 추진력이 느껴집니다.
와교(和僑)는…… 존재감이 조금 약한 편이죠.

사이토:
비즈니스에서는 와교는 그다지 의지하기 어렵죠. 화교와는 역사나 생활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습니다.
쇼와 시대의 상사맨들은 해외 주재지에서 트러블에 휘말려도 스스로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강인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현지 마피아와 몸으로 협상하는 정도라면 상사맨이라면 누구나 해낼 수 있던 시대였죠.

사토:
그 시절의 상사들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사실 게임 업계에서도, 신흥국 시장에서 닌텐도의 초기 파트너가 상사였던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멕시코 현지의 게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 상사가 “지금의 아이들을 즐겁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아이들이 장래에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아이에게도 게임을 사주고 싶게 만드는 사람으로 키우자”라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클럽 닌텐도 멕시코〉\*\*라는 고품질 게임 잡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잡지를 통해 아이들이 NES(해외판 패미컴)를 홍보하고, 게임 문화를 서서히 뿌리내리게 한 것이죠.
지금도 멕시코의 게임 관계자들은“그때 일본 상사들이 열심히 노력해준 덕분에 지금까지도 멕시코에서는 닌텐도의 브랜드 파워가 강하다”라고 말합니다.

(〈클럽 닌텐도 멕시코〉)

사이토:
80년대는 정말 대단했네요.

사토:
90년대도 대단했습니다. 예를 들어, 오와다 씨라는 분이 중국의 암시장에 직접 들어가서 해적판을 팔고 있는 업자들에게 “왜 해적판을 파는 거야? 정품으로 사라” 하고 정면으로 항의했다가 담배 세례를 받았다는 일도 있었어죠.

Jini:
헐…….

사이토:
보통 그런 일 하면 목숨이 위험하죠.

사토:
그 외에도 ○○가 ✗✗로 ■■을 ◇◇◇해서 ▽▽에…….

사이토:
아하하…… 그거 기사로 내면, 사토 씨나 우리나 다 끝나는 거죠?

사토:
끝날지도 모르죠.
뭐, 그렇게 해외 시장의 판로를 개척했던 선봉대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Jini:
근세의 기독교 선교사들 같네요.

사토:
선교사에 비유하신 건 통찰력 있으시네요.
저는 슬럼가에서 시장 조사를 자주 하는데, 현지인이 아닌 사람 중 거기 있는 건 대부분 선교사예요. 우연히 어떤 자리에서 선교사 한 분을 만났을 때도, 인도나 케냐의 슬럼 이야기를 하며 정말 대화가 잘 통했습니다. 이런 주제로 저와 깊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일본엔 거의 없을 겁니다.

사이토:
BOP(저소득층 대상 비즈니스) 마케팅의 선구자 같은 존재네요, 선교사라는 건.
지금 그걸 상업적으로 하고 있는 게, 중국의 게임 업계 사람들인 셈이군요.

Jini:
텐센트는 전 세계에 수백 개 있는 지사에서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처음부터 마케팅을 계산한 뒤 게임을 만든다고 들었습니다.
사토 씨 말씀을 듣고 있자니, 그게 정말 사실이었구나 싶네요.

사토:
맞습니다. 마케팅 체계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정교합니다.

Jini:
그렇게 중국이 게임을 세계에 공세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상황인데, 신흥국들에서는 중국 제품에 대한 편견이나 반감 같은 문제는 없을까요?

사토:
일반 시민 수준에서는 전혀 없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로컬라이징이 너무 뛰어나서 그 게임이 중국산인 줄도 모르는 플레이어가 많습니다.
중국이라는 사실을 의식하는 건 행정이나 입법 차원, 즉 정부 기관이죠.
조금 전에도 언급했듯이, 인도에서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PUBG: BATTLEGROUNDS〉(이하 ‘PUBG’) 가 일시적으로 차단된 적이 있었습니다. 정치적 차원에서는 중국산 게임을 경계하는 국가들도 존재합니다.

(인도에서 PUBG 금지를 전한 CNN 기사: https://www. cnn. co. jp/tech/35159084. html)

역시 시장에서의 점유율이나 존재감이 너무 커지면, 문화 침략으로 비춰지기 쉽고, 그렇게 되면 반발이 생기게 됩니다. 강력한 수출력을 가진 만큼, 중국의 게임은 여러 곳에서 마찰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Jini:
중국 게임 업계가 가진 자본과 기술력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에 더해 인적 네트워크의 전통에 뿌리를 둔 마케팅 능력이 수출 산업으로서의 중국 게임의 존재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배경에 있는 정치적 문제가 그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한국: 온라인게임에서의 탈피와 PC방의 현재

Jini:
그럼 이제 한국에 대한 사토 씨의 인상을 들려주시겠어요?

(위키미디어 커먼즈에서 인용)

사토:다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지만, 한국은 국가 차원에서 명확한 비전과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정부가 \*\*‘대한민국 게임산업 전략’\*\*이라는 백서를 발간해 현재의 상황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최근에는 구매형(패키지형) 콘솔 게임에 본격적으로 힘을 쏟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일본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원래 한국은 기본 무료 온라인 PC 게임이나 모바일 온라인게임이 강한 나라였지만, 이제는 그 체질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리니지〉 시리즈 공식 사이트에서 인용: https://event2. ncsoft. jp/1. 0/lineage/liveremaster/

)
Jini:
왜 국가적으로 구매형 콘솔 게임으로 전환하려는 걸까요?

사토:
그건 IP를 멀티미디어로 확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온라인 PC 게임으로는 키워내기 어려운 IP가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리니지〉는 성공했지만, 그 IP로 미디어 믹스 전개를 할 수 있느냐 하면 쉽지 않습니다.
가정용 콘솔 게임이라면 그런 부분이 훨씬 수월합니다. 닌텐도나 세가의 IP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서, 한국의 기업들도 점점 콘솔 시장의 매력에 눈을 뜨기 시작했죠. 스마일게이트, 넥슨, 크래프톤 같은 대형 기업들도 구매형 타이틀의 육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넥슨이 서브 브랜드로 내놓은 〈데이브 더 다이버〉도 그 일환이죠.
정부와 민간이 일체가 되어 구매형 시장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올해 대히트를 기록한 〈스텔라 블레이드〉 역시 그러한 흐름 속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

Jini:
한국이라고 하면 인터넷카페, 이른바 PC방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됩니다. 일본의 인터넷카페가 그랬던 것처럼, 지난 수십 년 동안 PC방을 둘러싼 환경도 많이 변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사람들. 위키미디어 커먼즈에서 인용.
https://commons. wikimedia. org/wiki/File:People\_playing\_StarCraft\_at\_PC\_Bang\_in\_2001. jpg)

사토:
처음 화제가 되었던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의 인터넷카페 문화는 약 세 세대를 거치며 변화해 온 것 같습니다.
1세대는 아직 가정에 PC가 보급되지 않았던 시기입니다. 우선 \*\*‘컴퓨터 자체에 접근할 수 있는 장소’\*\*로서 인터넷카페가 존재했죠.
특히 한국에서는 PC방이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가 아시아 외환위기(1997년)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은 심각한 불황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런 시기에 서민들이 PC방의 컴퓨터를 이용한 이유는 구직 활동을 하기 위해서였죠. 그것이 한국 인터넷카페 문화의 원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Jini:
일자리가 없으니 돈이 없고, 돈이 없으니 PC를 살 수도 없고, PC가 없으니 취업 준비도 못 한다. 그래서 PC방에 온 거군요. 그런 일만 반복하면 우울하니까, “겸사겸사 게임이나 좀 해볼까” 하는 마음도 생겼겠네요. 마침 브로드밴드도 보급되기 시작해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고요.

사토:그렇습니다. 그 시점에서 지금의 한국 PC방 문화, 더 나아가 e스포츠 문화의 싹이 트게 된 겁니다.
동남아시아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고, 브라질의 랜하우스(Lan House), 터키의 커피하우스 기반 PC 게임 카페도 활성화의 기원은 유사합니다.
이것이 인터넷카페 1세대입니다.
2세대는 PC가 일반 가정에까지 보급된 시대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카페 경영도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하죠. 실제로 점포 수도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명백히 쇠퇴 산업이었어요.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생존을 걸고 인터넷카페 업계는 부가가치를 통한 차별화로 나아갑니다.
예를 들어 고사양 PC나 게이밍 PC를 대거 도입하고, e스포츠 플레이어나 지망생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취했죠.
그건 자구 노력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NVIDIA 같은 기업은 예전부터 인터넷카페 지원에 힘을 쏟았고, 인도에서는 인도 현지인을 위한 인터넷카페 운영 가이드북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읽어보면 재미있어요. 가게에 비치할 과자의 적정 가격까지 세세하게 조언해 주고 있거든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터넷카페. 위키미디어 커먼즈에서 인용
https://commons. wikimedia. org/wiki/File:Internet\_Café, \_KZN. jpg)

Jini:
NVIDIA라면, 그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그 NVIDIA 말씀이시죠?거기가 인터넷카페 운영 매뉴얼을 만든다고요?

사토:
그들에게 인터넷카페는 한 번에 대량으로 PC를 사주는 중요한 고객층이니까요.
그게 바로 2세대까지의 이야기입니다.
3세대에 들어서면, 인터넷카페는 지역 게임 커뮤니티의 중심지를 지향하게 됩니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PC 자체의 수요가 떨어지자, 더 이상 체면을 차릴 여유가 없어졌죠. 업계 자체도 통합이 진행되어 대형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재편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인터넷카페들은 PC나 게임기만 고집하지 않고, 게임 방송이 가능한 설비를 갖추거나, 소규모 e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가정용 게임 코너를 마련하거나, 모바일 게임까지 포용해 누구나 언제든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인도네시아 발리섬에는 세계 최초의 모바일게임 카페라는 곳도 생겼어요. 혹시 들어보셨나요?

<https://afkgaming. com/mobileesports/news/team-dao-gaming-cafe-in-indonesia-claims-to-be-the-worlds-first-mobile-gaming-cafe>

Jini:
가정용 게임기를 비치한 카페는 일본에서는 ‘게임 바’로 불리며 결국 단속 대상이 되었지만, 해외에서는 아직 남아 있는 거군요. 그런데 모바일게임 카페요?손님이 스마트폰을 카페로 들고 와서 게임을 한다는 건가요?그건 좀……?

사토:
그냥 일반 카페입니다.
자리에 앉아 간단한 스낵이나 음료를 주문하고, 스마트폰을 꺼내 게임을 하며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죠. 고도로 진화한 인터넷카페는 이제 일반 카페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Jini:
흥미롭네요. 카페라는 공간의 본질은, 근대의 ‘커피하우스’ 시절부터 사람들이 모여 오랜 시간 담소를 나누고 의견을 교환하는, 인간 간 문화적 네트워크의 허브였죠. 그 본래의 길에서 벗어나 있었던 인터넷카페가, 한 바퀴 돌아 다시 그 본성을 되찾고 있는 셈이네요.
하지만 일본의 인터넷카페는 커뮤니티 중심으로 발전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인가 하면, 개인실에 틀어박히는 형태가 많죠.

사토:
개인 지향적인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LAN 파티 문화는 지방 도시에서 크게 발달했지만, 인터넷카페는 입국한 지 얼마 안 된 이민자들이 구직을 위해 이용하는 장소 등 아주 한정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것도 경영적으로는 생존을 위한 전략이긴 하지만요.
그렇다 해도,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카페가 쇠퇴하는 추세인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 속에서 각국의 운영자들이 나름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죠.
연구자의 관점에서 보면, 인터넷카페는 그 나라의 현지 게이머들을 만나는 데 가장 좋은 장소입니다. 게이머들의 생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어떤 형태로든 커뮤니티 리더와 직접 이야기할 기회도 얻을 수 있습니다.
운영자 입장에서는 힘들겠지만, 손님으로 방문하는 입장에서는 여전히 매우 흥미로운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Jini:
중국과 한국의 기세는 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다가올 성장 시장, 동남아시아로 가보죠.

(사토 씨가 2021년 CEDEC에서 소개한 동남아시아발 타이틀들. https://news. denfaminicogamer. jp/kikakuthetower/210830i)

사토:
먼저, 앞으로 각국의 게임 산업의 잠재력을 판단할 때 중요한 요건들을 몇 가지 들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국가의 경제 상황.
이것은 시장으로서의 구매력과 직결됩니다. 경제가 좋지 않으면 비공식(암) 시장이 세를 얻어 정식 구매가 줄고, 아이템 과금형 게임에서도 유료 이용자 비율이 급격히 낮아집니다.
(2) 개발력의 기반이 되는 기술.
겉보기에는 오리지널 타이틀을 만들지 않는 나라처럼 보여도, 사실 서구나 인근의 게임 강국의 개발 하청을 오랫동안 해온 역사가 있어서 무시 못 할 기술력을 보유한 경우가 많습니다.
(3) 인구.
이것은 시장의 수요(소비자) 측면에서도, 개발 현장의 인재 풀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특히 인구 분포가 젊은 층에 몰려 있을수록 좋습니다. 결국 게임은 언제나 청년 문화(유스 컬처)로부터 시작되니까요.
(4) 문화적 풍토.
그 나라의 종교, 제도, 정치 상황, 역사, 국민성, 신화, 문학, 게임 커뮤니티 등이 해당합니다. 경제나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이러한 문화적 환경이 게임 문화의 발전을 가로막는 경우가 있으므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이 네 가지 요소를 염두에 두면, 살펴볼 신흥국들의 게임 산업을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 커피보다 바소를 더 좋아한다?

(위키미디어 커먼즈에서 인용)

Jini:
먼저 인도네시아부터 이야기해 보죠. 최근에는 〈커피 토크〉의 Toge Productions, 〈A Space for the Unbound 마음에 피는 꽃〉의 Mojiken 같은 인디 스튜디오들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인구도 2억 7천만 명 이상으로 젊은 층이 많습니다. 시장으로서는 매우 유망해 보입니다.

(『A Space for the Unbound』 — 여러 게임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되며 화제가 된 작품)

사토:
〈커피 토크〉나 〈A Space for the Unbound〉는 비교적 수출을 의식한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영어권을 주요 대상으로 한 작품이죠. 적당히 인도네시아 문화를 녹여내며 동양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게임 자체는 잘 만들어지고 안정적으로 재미있는 웰메이드 작품들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인도네시아 게임 산업의 향방을 점칠 수 있는 작품들은, 오히려 국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내수형’ 타이틀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Jini 씨, 혹시 〈Bakso Simulator〉라는 게임을 알고 계신가요?
Jini:
박소……요? 그게 뭐예요?

(박소. 위키미디어 커먼즈에서 인용)

사토:
Bakso(박소)는 소고기 다진 고기로 만든 미트볼, 그러니까 일본의 츠미레 같은 음식이에요. 그걸 넣은 국 요리로, 인도네시아에서는 서민의 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박소 노점을 동네 아저씨가 끌고 다니며 돈을 버는 —일종의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 바로 〈Bakso Simulator〉입니다. 현재 Steam 사용자 리뷰가 약 1,500개 정도 달려 있는데, 그중 압도적으로 인도네시아 이용자의 비율이 높습니다. 기본 플레이는 무료, DLC는 유료, 그리고 모바일 버전은 10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되었습니다.

(Bakso Simulator https://store. steampowered. com/app/2022270/Bakso\_Simulator/)

사이토:
리뷰 수로 미루어 보면, 대략 수만 명 정도가 즐기고 있는 셈이네요. 인도네시아 국내만으로요. 대단합니다.

사토:
지금은 그 인기가 국외로도 퍼져서, 호기심으로 남긴 일본어나 영어 리뷰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명백히 인도네시아인만을 대상으로 한 타이틀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타깃층을 사로잡고, 화제가 되고, 팔리고 있는 것입니다. 내수만으로 하나의 사이클이 완결된 아주 좋은 사례죠. 일본인에게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감각이지만, 게임에서 ‘지역 내 생산·소비’가 성립한다는 건 엄청난 일입니다.

(가정용 박소 조리법을 소개하는 독일어권 Steam 리뷰어)

Jini:
〈Bakso Simulator〉는 어떤 경로로 인기를 얻게 된 걸까요?

사토:
그건 전부 입소문 덕분이에요. 물론 WhatsApp 같은 SNS의 영향력도 강하지만, 진짜 의미의 ‘입소문’, 즉 사람들 사이에서 직접 퍼지는 구전이 굉장히 강합니다. 이건 단순히 국민성 때문만은 아니고, 과거의 국가 정책의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밖에 나가면 반드시 친구들과 함께 있어요.
일본에서도 편의점 앞에 사람들이 모이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편의점은 그 규모가 훨씬 큽니다. 거기서 둥글게 모여 게임을 하는 모습도 흔하죠.
그런 로컬 커뮤니티에서 자연스럽게 퍼지는 입소문 문화, 그게 바로 인도네시아의 강점이에요.
또 다른 예로, 〈Troublemaker〉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고등학생판 〈용과 같이〉 같은 게임인데, 이 작품도 큰 인기를 얻었고, 현재 2편의 출시도 확정되었습니다.

(Troublemaker)

사토:
이런 작품들의 성공은 인도네시아 국내의 인디 개발자들에게 큰 격려가 됩니다. 인도네시아의 물가 수준을 생각하면, 인디 게임 가격대로 수만 장만 팔려도 대성공이에요.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만 통하는 게임이라도 그걸로 먹고살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거죠. 그런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 지난 3\~4년 사이 인도네시아 게임 산업의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사이토:
그리고 전 인도네시아인(2억7천만 명)의 1%만 사도 약 300만 장이 팔리는 메가히트가 되니까요. 엄청나게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Jini: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대국이기도 하죠. 일본이나 서양의 게임이 종교적인 이유로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는 없나요?

사토:
물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사례로, 〈Fortnite〉 사태(https://www. scmp. com/week-asia/politics/article/3140205/fortnite-faces-ban-indonesia-after-minister-brands-it)가 있었죠. 사용자가 게임 속에서 메카의 성전 ‘카바’를 본뜬 건축물을 만들었는데, 그게 파괴 가능한 오브젝트가 아니냐는 루머가 퍼지면서 큰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결국 인도네시아 관광부 장관이 공식 성명을 내는 정치 문제로까지 번졌죠.

(메카의 카바. 위키미디어 커먼즈에서 인용)

사토:
하지만 인도네시아 전체를 보면, 지역이나 섬마다 종교적 신앙의 강도에는 편차가 있습니다. 이슬람 율법이 엄격한 곳도 있고, 그렇게 엄격하지 않은 곳도 있으며, 기독교가 더 강한 지역도 있죠. 즉, 민족적·지역적으로 다양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국내의 종교 갈등이 자주 보도되고 있지만, 사실 인도네시아가 독립하기 전에는 서로 다른 종교들이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야생 멧돼지가 밭을 망쳐 놓으면, 이슬람 교도들은 돼지와 같은 종인 멧돼지를 직접 상대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웃 마을의 기독교인을 불러서 멧돼지를 잡아달라고 부탁하곤 했죠.
하지만 근대적인 국민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민족적 자의식이나 내셔널리즘 같은 개념이 피할 수 없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분열을 조장하는 편이 선거 전략상 유리하다’는 발상이 퍼지면서, 결국 서로 다른 종교 간의 관계가 점점 악화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종교 분포. 위키미디어 커먼즈에서 인용)

사토: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인도네시아 정치인들은 함부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슬람 하면 흔히 중동의 종교라는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사실 이슬람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인도네시아입니다. 참고로 2위는 파키스탄, 3위는 인도입니다.
모두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의 나라들이죠.
이 지역의 무슬림들은 특유의 결속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슬람의 일생의 의무인 \*\*메카 순례(하지)\*\*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본의 ‘타노모시코(頼母子講/상호 부조적인 민간 금융 조직)’ 같은 방식으로, 커뮤니티 내부에서 돈을 모으고 운용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그래서 신앙을 매개로 한 연대 의식이 매우 강합니다.

Jini:
인도네시아의 \*\*금기(타부)\*\*라고 하면, 다큐멘터리 영화 〈액트 오브 킬링〉을 통해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진 ‘9·30 사건’과 인도네시아 공산당의 비극을 떠올리게 됩니다.
국내 게임 산업이 더 성숙한다면, 그 사건을 소재로 한 인디 게임이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요……

사토:
그 사건 자체를 직접 다룬 작품은 아직 모르지만,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Let Me Out〉이라는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도 게임 산업의 중요성을 결코 가볍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Epic Games Store나 Steam을 차단한 이유는, 단순히 문화적·종교적 거부감 때문만이 아니라,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보호무역적 성향도 있다고 봅니다. 이처럼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커져 가는 상황에서, 국산 게임의 매출 비중이 낮은 현실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죠.

(〈Coffee Talk〉. 출시 첫 주에 55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

사토:
게임을 자국의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지금 바로 그런 자각을 가지기 시작한 국면에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보호주의에 관해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은 인도네시아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온라인 게임’ 항목을 포함시켰습니다. 그런 조항을 만들 수 있고, 그런 협정에 게임을 포함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 각국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죠.

Jini:
일본도 외교 레벨에서의 협의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네요.

사토:
어느 순간 일본만 뒤처져 있는 상황이 되어서는 곤란하죠. 인도네시아에서도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지 않으면 퍼블리싱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베트남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흥국 시장은 전 세계가 노리고 있는 곳입니다. 그러니 일본도 뒤처지지 않도록 제대로 대응해야 합니다.

Jini:
베트남 이야기가 나온 김에, 베트남에 대해서도 말씀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베트남·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 NFT를 우습게 보지 말 것

(위키미디어 커먼즈에서 인용)

사토:
베트남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중국의 뒷마당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긴장 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적으로는 중국의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무협 소설 원작 IP의 인기가 그 대표적인 예죠. 게임 산업에서도, 어느 베트남 기업이 중국의 히트 타이틀을 베트남으로 들여오느냐를 두고 경쟁이 벌어졌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Jini:
베트남이라고 하면, 한때 화제가 되었던 〈Axie Infinity〉 같은 NFT 게임이 떠오르네요. ![][image36]

(〈AXIE Infinity〉)

사토:
NFT는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다소 비중이 줄어든 분야이지만, 동남아시아나 라틴아메리카 등에서는 여전히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Jini:
중앙정부가 발행하는 통화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점?

사토:
그렇습니다. 비트코인 같은 것은 원래 중앙집권적인 근대 국가 제도에 대한 안티테제로 등장한 것이죠. 즉, 중앙은행을 대체하려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월급을 아르헨티나 페소로 받는 것과 비트코인으로 받는 것, 어느 쪽이 더 낫겠느냐는 이야기입니다.
NFT 역시 마찬가지로, 중앙정부의 힘이 약한 나라에서 번성합니다. 그래서 그런 나라의 게임 회사나 커뮤니티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그 온도 차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억지로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군요” 정도의 반응은 해주는 편이 좋습니다.

사이토:
베트남의 게임 산업은 오랫동안 하청 중심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지금은 인도네시아처럼 자체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을까요?

사토:
아직 그렇지 않습니다. 예전에 베트남에서 나온 전설적인 캐주얼 게임 〈Flappy Bird〉가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두드러진 베트남 독자 IP 작품이 많다고는 하기 어렵습니다. 베트남에는 우수한 프로그래밍 인재가 많고, 최근 들어서야 현지 게임 퍼블리셔들의 업계 단체가 생기긴 했습니다. 하지만 업계 전체가 하나가 되어 진행하는 대규모 게임 이벤트는 아직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동남아시아 각국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각 나라의 게임 개발 산업을 하나씩 자세히 설명하면 너무 길어질 테니, 이제부터는 좀 더 빠르게 전체적인 흐름을 훑어보도록 하죠.

(위키미디어 커먼즈에서 인용)

사토:
먼저, 인도네시아와 함께 자국 개발이 활발한 나라가 말레이시아입니다.
말레이시아에는 최근 화제가 된 리듬 액션 게임 〈Rhythm Doctor〉의 7th Beat Games, 그리고 〈No Straight Roads〉의 Metronomik을 비롯해, 에너지가 넘치는 인디 스튜디오들이 많이 있습니다.

Jini:
〈Baldur’s Gate 3〉를 만든 Larian Studios의 스튜디오도 쿠알라룸푸르에 있죠.

(『Rhythm Doctor』)

(위키미디어 커먼즈에서 인용)

사토:
싱가포르는 참 평가가 어려운 시장입니다. 해외 대기업의 하청을 꾸준히 맡아온 덕분에 기술력은 충분히 있지만, 자국산 타이틀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국토와 인구가 적은 것도 원인 중 하나이지만, 아웃소싱 문화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버린 면이 있습니다. 교육기관에서 게임 관련 학과나 과정을 마친 사람들도 스스로 창업해 세계 시장에 나가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외국계 대기업으로 들어가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사이토:
싱가포르의 핵심 산업이 금융이다 보니, 유능한 인재들은 문화 산업보다는 웹 서비스 쪽으로 흘러갑니다. 또 영어 사용자가 많기 때문에, 엔터테인먼트도 굳이 자국에서 만들기보다 해외에서 들여오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로컬 문화가 잘 자라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키미디어 커먼즈에서 인용)

사토:

태국도 자국에서 게임을 직접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약한 편입니다. 이곳 역시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중국이나 일본 기업의 아웃소싱을 오랫동안 담당해 온 나라라서, 게임 개발자 수는 많지만 업계가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국가의 지원 체계가 매우 약한 편입니다.
무엇보다 태국의 가장 큰 약점은 세대 간의 온도 차이입니다. 예전부터 아웃소싱으로 일해 온 사람들과, 그런 경로를 거치지 않고 새롭게 인디펜던트하게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 젊은 세대 사이에는 감각의 간극이 너무 큽니다. 그 세대 간의 괴리 때문에 협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인상이에요. 긴 역사 자체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죠. 그렇지만 2024년도 LEVEL UP KL에서 수상한〈Lost and Found Co. 〉처럼, 새로운 인디 게임 개발 스튜디오들 중에서 좋은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사실입니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가정용 콘솔, PC, 모바일 간의 밸런스가 고르며,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균형 잡힌 게임 시장을 가진 나라라고 자주 평가됩니다.

(위키미디어 커먼즈에서 인용)

사토:
필리핀은 루손섬, 비사야 제도, 민다나오섬의 세 블록으로 나뉘지만, 게임 산업적으로는 루손섬이 핵심 지역입니다.
개발자 커뮤니티의 분위기가 매우 좋습니다. 인디 개발자들끼리 협력하는 경우도 있고, 미국 퍼블리셔를 통해 대형 프로젝트의 하청을 받아 수익을 올리는 스튜디오들도 있습니다. 즉, 협업과 자립의 균형을 잘 잡고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도차이나 반도를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미얀마와 방글라데시가 나오죠. 하지만 이 두 나라는 아직 게임을 본격적으로 개발할 여유가 부족합니다. 다만 미얀마에서는 어떤 모바일 게임의 수익이 반정부 세력의 재정원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어서 현재 조사 중입니다. 방글라데시는 파키스탄으로부터의 독립전쟁을 소재로 한 게임이 출시된 바 있고, 라오스와 캄보디아에도 소규모 게임 스튜디오가 존재하지만, 아직 그 수는 매우 적은 편입니다. 이 지역은 비공식(인포멀) 시장을 들여다보면 꽤 흥미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https://www. nna. jp/nnakanpasar/backnumber/210401/topics\_001
https://slowinternet. jp/article/informal\_market08/
(사토 씨가 집필한 인포멀 마켓 관련 기사, 타 매체 게재)

그리고 마침내 인도에 도착하게 됩니다.

Jini:
파악하고 있는 나라가 너무 많네요.

(일본 외무성 공식 웹사이트에서 인용 https://www. mofa. go. jp/mofaj/area/india/index. html

)

남아시아

인도: 종교와 카스트, 그리고 PUBG

사토: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인도는 매우 유망한 시장입니다.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고, 게다가 인구 증가율도 여전히 플러스 수준을 유지하고 있죠.

하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어려운 점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비디오 게임의 역사가 짧습니다.

사이토:
짧다고 하면, 2000년대나 2010년대 초반쯤부터 게임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뜻인가요?

사토:
그 정도 수준이 아닙니다. 인도에서 처음으로 대히트를 기록한 게임이 뭔지 아십니까?

Jini:
‘PUBG’죠. 모바일 버전의.

사토:
맞습니다. 지금은 ‘Battlegrounds Mobile India’라는 제목으로 서비스되고 있는데, 이 게임에 서비스가 시작한 게 2021년이에요. 즉, 인도의 게임사는 사실상 3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사이토:
정말 최근 일이네요.

(『PUBG: Mobile』Google Play 공식 스토어에서 인용)

사토:
물론 인도에도 소규모 게임 커뮤니티는 존재했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 세가가 대리점을 통해 가정용 게임을 판매한 적이 있어서, 그때의 팬들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죠.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대중적으로 퍼진 것은 스마트폰 시대 이후입니다. 또한 통신사들이 지역마다 제각각이던 인도의통신망이 전국적으로 정리된 것도 아주 최근입니다.
즉, ‘PUBG’는 인도인에게 있어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같은 존재입니다.
1970년대 일본인 대부분이 ‘게임 \= 스페이스 인베이더’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오늘날 인도인 대다수에게 게임 \= ‘PUBG’인 셈이죠. 그래서 인도인과 게임 이야기를 하면“이 게임은 어떤 종류의 ‘PUBG’인가요?”라는 반응이 돌아옵니다.
FPS를 소개하면 “어? 혼자서 즐길 수 있는 ‘PUBG’도 있어요!?”라는 반응이 나오죠.

Jini:
그건 초창기 FPS가 전부 “둠 클론(Doom Clone)”이라고 불렸던 현상과 똑같네요.

사이토:
왜 인도는 그렇게까지 게임의 수용이 늦어진 걸까요?

사토:
그건 자국의 다른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즉, 영화와 크리켓. 이 두 산업이 오랫동안 절대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죠. 인도 영화의 관람료는 놀라울 정도로 저렴합니다. 도시에서도 저렴하면 100\~300엔(약 1\~3달러) 정도에 영화를 볼 수 있고, 오히려 휴식 시간에 극장에서 파는 음식이 더 비쌉니다. 실제로 극장은 음식 판매로 수익을 내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인도의 GDP는 이제 일본을 넘어 세계 4위지만, 지방의 생활 수준은 여전히 낮습니다.
도시의 부유층은 해외 유학을 통해 다양한 오락을 즐길 수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극소수. 그에 비해 가난한 지역 사람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통의 오락이 바로 인도 영화입니다.

사이토:
IT 업계에서는 지금 임원급 인사가 인도계인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글로벌하게 활약하는 인도인들은 자신들이 즐기는 엔터테인먼트를 인도에 들여오려는 생각은 하지 않나요?

사토:
글로벌 엘리트화된 인도인들이 U턴해 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투자자로서 벤처 캐피털을 설립해 모바일 게임에 투자하기도 하죠. 최근 들어서야 그런 움직임이 본격화되었고, 그 덕분에 인도발 오리지널 IP 게임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Raji: An Ancient Epic』과 『Asura: Vengeance Edition』이 화제가 되었죠. 둘 다 인도 신화나 민간전승을 모티브로 한 액션 게임입니다. 이런 ‘그 나라다움’이 드러나는 게임은 특히 서구권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Raji: An Ancient Epic』 https://store. steampowered. com/app/730390/Raji\_An\_Ancient\_Epic/)

사토:
하지만 인도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는 ‘PUBG’식 배틀로얄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IGDC(인디아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라는 인도 게임 행사에서 강연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인도산 게임의 발표회에서 모두가 화제로 삼고 있던 작품이 ‘Indus’라는 인도풍 배틀로얄 게임이었습니다.

사이토:
기술도 인재도 문화도 그렇게 풍부한데, 배틀로얄 말고도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줬으면 좋겠네요.

사토:
저도 작년에 인디아 게임 어워드 심사위원을 맡았었는데, 독자적인 IP를 만들어낼 조짐은 분명히 있습니다.
최근에는 ‘Mumbai Gullies’라는,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의 뭄바이 버전 같은 타이틀이 발표되었어요. 인도 영화 특유의 감성을 녹여내면서 진지하게 GTA를 구현하려는 시도로 보이는데,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또한 올해 들어 배틀로얄 이외의 장르를 시도하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는 보고도 있었고, 그런 흐름에 맞춰 독자적인 IP 작품을 제작하는 개발 스튜디오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건 우리에게도 아주 고무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Mumbai Gullies』 https://store. steampowered. com/app/1569890/Mumbai\_Gullies/)

Jini:
인도 게이머 커뮤니티는 게임 방송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높은 것처럼 보입니다.
유튜브 라이브 동시 시청자 수를 보면, 1위를 인도인의 ‘PUBG’ 방송이 차지하는 경우가 자주 있죠.

사토:
맞습니다. 게임 방송의 인기는 매우 높습니다. ‘PUBG’가 인도에서 이렇게 폭넓게 받아들여진 것도, 게임 방송의 영향이 매우 컸기 때문입니다. 즉, 게임을 매개로 인간 관계와 커뮤니티, 더 나아가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죠.
인도인들이 모이면, 재생 수가 정말 엄청납니다.
예를 들어, 배틀로얄 계열의 대형 타이틀 ‘Garena Free Fire’의 싱가포르 대회가 한때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 대회 결승전의 동시 시청자 수를 넘어선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시청자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이 힌디어권 관객이었어요.
흥미로운 점은, 그 ‘Free Fire’ 대회에는 비자 문제로 인해 인도 선수들이 참가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Jini:
그렇다면 외국 선수들끼리의 경기를 인도인들이 열광하며 시청했다는 말씀이네요.

사토:
그렇습니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건, e스포츠 커뮤니티의 열기는 신흥국 내부만으로도 충분히 형성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구가 많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해당 언어권의 강점이 된다는 뜻이죠.

Jini:
예전에 사토 씨가 말씀하셨듯이, 인도는 주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완전히 다르잖아요. 인도 국내의 주요 언어만 해도 20개 이상이고, 이웃한 주끼리도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분열이 문제로 작용하지는 않나요?

(인도의 주 지도 — 히로시마 대학 인도 주 정치 연구 사이트 https://hipps. hiroshima-u. ac. jp/state-politics-india/survey\_report/

에서 인용)

사토:
주마다 다르다고는 해도, 한 주의 인구가 거의 1억 명에 달하는 나라니까요. 해외로 나가는 이민자도 많아서, 그들을 포함하면 언어권 하나만으로도 가볍게 1억 명을 넘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언어 공동체가 힌디어권입니다. 인도 국내 화자만 해도 3억 명이 넘고, 제2언어 화자나 해외 거주 화자까지 포함하면 5억\~6억 명에 달합니다. 이 단순한 인구 규모 자체가 게임 방송 문화의 두께로 이어지고 있죠. 물론, 언어 이외의 면에서도 인도는 여러 분열이 존재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면도 있습니다.

Jini:
그건 카스트 제도 때문인가요?

사토:
카스트에 의한 차별은 헌법으로 금지되어 있음에도 여전히 뿌리 깊습니다. 또 주마다 인구 분포나 영향력이 다른 탓에 상황이 복잡하죠. 예를 들어, 최상위 카스트인 브라만은 남부의 타밀나두 같은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힌두교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확산된 역사가 반영된 결과라고들 합니다.
영화 산업이 활발한 타밀나두 주는 브라만이 아닌 비(非)브라만 계급(바이샤 등)이 다수인데, 타밀 영화에서는 악한 브라만을 비판하는 내용의 작품이 많다고 합니다.

Jini:
그런 영화를 만들어도 괜찮은가요?

사토:
전혀 문제 없습니다.
심지어 그 지역 정당의 대표가 영화계 인사인 경우도 있습니다.
타밀나두 주의 여당인 드라비다 진보당(DMK)의 현 대표 M. K. 스탈린의 아버지인 M. 카르나니디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였어요. 그가 예전부터 그런 사회비판적 영화의 각본을 써왔던 인물입니다. (여담이지만, ‘스탈린’이라는 이름은 소련의 스탈린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네요. )

그건 그렇고, 브라만도 지역마다 생활 양식이 다릅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IT 분야에 강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기도 하죠. 다만 전 인도적으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이 하나 있다면, ‘레스토랑 주인이 많다’는 겁니다.

Jini:
브라만이라면 종교인이나 학자의 계급이라는 인상이 강한데요.

사토:
논리는 이렇습니다.
브라만은 문해율이 높고, 힌두교 법전을 완독한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사용 가능한 식재료와 금지된 식재료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브라만이 운영하는 식당이라면 먹어도 안전하다”는 인식이 생긴 거죠.

사이토:
듣고 나면 납득은 되지만, 겉으로 보기엔 너무 난해한 현상이네요.

사토:
바로 그게 인도에서의 마케팅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정말 장벽이 높아요. 인도 시장에 밝은 비즈니스맨들도 한결같이 “인도는 이해할 수 없는 나라”라고 합니다.
조사 하나만 해도, 리서치 회사마다 설문 결과가 전혀 달라서 혼란스럽습니다. 다른 시장과 같은 접근으로는 복잡하고 난해해서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시장이에요.

사이토:
그렇다면 인도 시장을 겨냥한 게임 개발은 정말 어렵겠네요. 동남아 쪽이 훨씬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죠.
게다가 운 좋게 히트해도 ‘PUBG’나 ‘Free Fire’처럼 규제당할 가능성도 있으니, 게임 회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큽니다. 중국산 게임만 겨냥된다고는 하지만, 일본산이 언제 금지될지 보장도 없고요.

Jini:
중국 이야기에서 잠깐 언급된 적이 있지만, 인도에서의 ‘PUBG’ 규제에 대해 인도 측 시각에서 좀 더 듣고 싶습니다.
‘PUBG’ 규제는 TikTok을 비롯한 중국산 앱 전반에 대한 규제의 일환이었지만, 그 배경에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뿐만 아니라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라는 측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어른들에게 게임은 아직 낯선 것이고, 막연한 혐오나 반감을 느끼다 보니 결국 배척으로 이어진다는 거죠. 일본과 미국도 이미 같은 과정을 거쳐 왔던 길입니다.

사토:
게임 자체에 대한 불신감은 말씀하신 대로 분명히 존재합니다. ‘게임’이라는 문화가 인도 전역에서 인식되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라, 그 문화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게다가 ‘게임’(game)과 ‘게이밍’(gaming)’을 ‘도박’(gambling)과 혼동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아요.
덧붙이자면, 인도를 포함한 신흥국에는 게임에 대한 역풍이 되기 쉬운 또 하나의 골칫거리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종교입니다.
신흥국에서 즐겨지는 게임의 대부분은 온라인 게임이죠.
이게 종교 문제와 얽히면 매우 까다로워집니다.
인도네시아의 ‘Fortnite’ 논란도 그 한 예였고, 2년 전쯤 인도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느 무슬림 종교인이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온라인 게임 안에서 힌두교 청년들을 모아 이슬람으로 개종시키려는 활동을 했던 것입니다.

사이토:
그건 정말 위험하네요. 이슬람교와 힌두교의 대립 때문에 파키스탄과 갈라진 나라에서 그런 일을 하다니요.

사토:
위험하죠. 앞서 말씀드렸듯이, 인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무슬림 인구가 많은 나라이지만, 개종 활동은 주(州) 법 등으로 규제되거나 금지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로 아시아나 종교의 사례는 아니지만, 멕시코의 온라인 게임 상황도 굉장히 심각합니다. ‘Free Fire’를 즐기던 가난한 청년이 무작위 매칭된 상대에게서
“좋은 일자리 있는데, 해볼래?”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 “좋은 일자리”가 무려 마피아의 운반책입니다.
일본에서도 X(옛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한 불법 아르바이트 모집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멕시코에서는 마피아가 온라인 게임을 직접 모집 창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악용되면, 시민들의 게임에 대한 인식은 당연히 악화됩니다. “그건 게임의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 전반의 문제다”라고 설득해 보아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죠.
인도네시아든 멕시코든, 게임에 대한 사회적 반발은 한때 일본이나 미국에서 보이던 수준을 훨씬 넘어섰습니다.

(『Garena Free Fire』https://www. youtube. com/watch?v=9e9FQCA01dI)

Jini:
‘스페이스 인베이더’가 비난받던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디지털화의 명백한 부작용으로서 비디오 게임이 비판받고 있습니다.

사토:
특히 종교가 얽히면 상황은 훨씬 더 엄격해집니다. 그건 국가 체제의 구조 자체와도 관련되기 때문이죠. 개방된 인터넷 공간에서 지나치게 자유로운 표현이나 발언을 허용하면 현재의 통치 체제가 흔들릴 위험이 있습니다. 그건 정권 입장에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떤 산업이든 해외 진출 시 늘 강조되는 이야기지만, 이 ‘종교’라는 요소를 잘못 판단하면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정말 주의해야 합니다.

어쨌든 인도의 현 상황을 정리하자면, 경제도 교육도 눈부시게 발전하여 높은 수준에 도달했지만, 다른 엔터테인먼트의 인기가 너무 강해서 게임 문화는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겠네요.

(파키스탄 지도, 위키미디어 커먼즈에서 인용: https://commons. wikimedia. org/wiki/File:Pakistan\_(orthographic\_projection). svg)

Jini:
그렇다면 이제 더 서쪽으로 가보죠. 인도의 서쪽에는, 서로 앙숙 으로 알려진 파키스탄이 있습니다.

또한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기도 하니 결코 만만한 시장은 아닙니다.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이란: 아직은 그림자 속의 세계

과거에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미얀마가 함께 영국령 인도 제국을 구성했죠.

파키스탄은 경제 수준에서는 라이벌 인도에 미치지 못하지만, 인구는 약 2억 4천만 명으로, 일본의 거의 두 배에 달합니다.

사토:
남아시아를 논할 때 중요한 건, 중동과의 관계입니다. 역사적으로 두 지역은 매우 깊게 연결되어 왔습니다.

유머니로 중동이로 부유해지면서, 남아시아에서도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중동으로 출향했습니다. 게임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여서, 파키스탄의 e스포츠 선수들이 중동 팀 소속으로 활동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암흑가에서는 훨씬 더 복잡한 얽힘이 존재합니다. 인도의 ○○○가 ✗✗✗의 △△와 연결되어 있고, 영화 쪽도 ■■■■가 ✗✗✗라서……

사이토:
잠깐요. 그거 기사로 쓰면 우리 진짜 죽을 수도 있는 이야기 아니에요?

사토:
죽습니다. 우리 둘 다.

사이토:
죽는구나〜.

Jini:
파키스탄 국내의 게임 시장이나 게임 산업은 어떤가요?파키스탄의 게임 씬이라고 하면, 2019년에 일본의 격투 게임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던 ‘철권(Tekken)’ 플레이어들이 유명하지만, 게임 개발 분야나 산업 전반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들려오지 않습니다.

(파키스탄의 ‘철권(Tekken)’ 플레이어 Arslan Ash 선수가 EVO에서 2연패를 달성했을 때의 모습 — 본인 X 계정에서 인용)
사토:
시장 구조는 인도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중심입니다. 그리고 국민 스포츠인 크리켓 게임에 편중되어 있죠. 경제 상황상 \*\*비공식 시장(인포멀 마켓)\*\*이 크게 작용하고 있으며, 국민들도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해외로 일하러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안타깝게도, 비즈니스의 관점에서는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개발력도 아직 부족합니다. 저는 파키스탄의 게임 업계나 업계 단체를 꽤 잘 아는 편인데, 인도에 비해 자국산 타이틀은 아직 소수입니다. 세계 최초의 컴퓨터 바이러스 로 꼽히는 ‘브레인(Brain)’이 파키스탄발이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재능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자는 많지만, 아직 게임 분야로의 인재 확산은 충분치 않습니다.

Jini:
파키스탄의 서쪽엔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이 맞닿아 있죠.. 아프가니스탄은 최근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이란은 미국의 제재나 이스라엘과의 갈등 등으로 국제 뉴스에 자주 오르내립니다만, 게임 산업은 어떤가요?

(위키미디어 커먼즈 인용 — 출처 링크https://commons. wikimedia. org/wiki/File:Afghanistan\_(orthographic\_projection). svg)

사토:
아프가니스탄 사람들도 사실은 ‘PUBG’에 빠져 있습니다. 다만, 공식 스토어를 통한 플레이는 아닙니다. 이곳 역시 \*\*비공식 시장(인포멀 마켓)\*\*의 영향력이 매우 커서, 정식 경로로 게임을 수출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환경입니다. 하지만, 이어 언급할 이란과는 언어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이란에서 페르시아어로 게임을 출시할 경우, 아프가니스탄이나 타지키스탄의 이용자층도 함께 확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위키미디어 커먼즈 인용 — 출처 링크https://commons. wikimedia. org/wiki/File:Iran\_(orthographic\_projection). svg)

사토:
이란도 정세는 매우 어렵지만, 게임은 여전히 플레이되고 있습니다. 예전에 이란의 한 배급업자에게“‘그랜드 테프트 오토(Grand Theft Auto)’는 이란에서 금지되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그래서 “그럼 어떤 게임이 인기가 있나요?” 하고 물었더니 그 사람이 “그랜드 테프트 오토요” 라고 하더군요. 그런 일화도 있습니다. 사실 이란에는 독자적인 서드파티 스토어가 있어서 그곳에서 게임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그 제재의 그물망을 피해, 그 플랫폼을 통해 게임을 판매하는 이란 외부의 외국 기업들도 존재합니다.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요.

사이토:
(어째서 그런 정보를…… 설마, 스파이……?)


사토:
스파이는 아닙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항상 한 번은 의심받곤 합니다만.

사이토:
생각을 읽혔네요.

사토:
아무튼,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 팬의 수가 많다는 점은 현지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되었고, 이란 고유의 등급제도(레이팅)도 이미 정비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으로서는 난이도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중앙아시아

사실은 게임 개발 강국!?

(위키미디어 커먼즈에서 인용 https://commons. wikimedia. org/wiki/File:Central\_Asia\_(orthographic\_projection). svg)

Jini: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묶이는 나라들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이죠. 이 나라들은 모두 옛 소련에 소속되었던 지역들입니다. 죄송하지만… 솔직히 이쪽 지역은 게임 산업이 거의 없는 편 아닌가요?

사토: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매우 중요한 지역입니다. 앞으로의 게임 개발에서 핵심적인 플레이어가 될 나라들입니다.

Jini:
개발 분야에서요? 그동안 거의 눈에 띄지 않았던 지역처럼 보이는데요.

사토:
맞습니다, 그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이유는인재들이 러시아로 일하러 갔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2대 IT 기업 중 하나인 얀덱스(Yandex)—그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은 카자흐스탄 출신입니다. 이처럼 중앙아시아의 우수한 인재들은 러시아로 흘러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최근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내수만으로 버틸 수 있는 건 브라우저 게임 정도이고, 해외 시장을 겨냥한 PC나 모바일 게임은 힘들어졌기 때문이죠.
이런 배경 덕분에 지금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게임 인큐베이션 프로그램과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습니다.

Jini:
그렇다면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이 상황을 기회로 보고 독자적인 게임 개발 지원을 주도하고 있다는 이해로 괜찮을까요?

사토:
정부의 지원도 적극적입니다. 현지 게임 개발자 행사에는 장관이 직접 참석하기도 해요.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현지 정부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카자흐스탄의 경우 터키 자본의 WN Media 그룹,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독일 정부 문화진흥기관인 괴테 인스티투트(Goethe-Institut)\*\*가 관여하고 있습니다.
즉,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약해진 틈을 타서 유럽과 중국이 자금을 투입하며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는 것이죠.
이른바 문화적 ‘그레이트 게임(대(大)게임)’이 실제 전쟁의 그늘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고, 그 결과가 중앙아시아의 게임 개발자 양성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기묘한 풍경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일부 러시아인 개발자들조차 카자흐스탄으로 거점을 옮기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 위키미디어 커먼즈에서 인용 https://commons. wikimedia. org/wiki/File:Central\_Downtown\_Astana\_2. jpg)

Jini: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그로 인한 각국의 경제 제재 말씀이시군요.

사토:
불매 운동과 경제 제재의 영향은 상당했을 겁니다. 결제 수단까지 제한되니 해외에서 게임이 팔리지 않게 되는 건 정말로 큰 타격이죠.
그래서 러시아에서 나와 이웃 나라에 회사를 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래 러시아 주변국의 개발자들이 러시아로 모여든 이유는 일자리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에요. 자신이 만든 게임이 팔리지 않더라도, 러시아의 회사들은 서유럽 등지에서 외주를 받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거든요. 그렇게 게임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있었는데, 그 희망이 전쟁으로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겁니다. 러시아 정부도 인재 유출을 막으려고 선전용 게임을 만드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그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Jini: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만드는 게임은 어떤 감각이나 분위기를 가진 작품이 될까요?이 지역의 콘텐츠는 일본인에게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영역이라서요.

사토:
그건 어느 민족이나 국가에도 해당되는 말이지만, 그들만의 스토리텔링 문화가 분명히 있습니다. 문학과 시의 전통이 아주 오래된 지역입니다.
예를 들어 키르기스스탄에는 ‘마나스(Manas)’라는 서사시가 있습니다. 호메로스의 작품보다 더 방대한 분량으로, 동쪽에서 오는 악을 물리치는 정의로운 영웅의 이야기죠. 그들에게 있어 하나의 영웅담이자 정체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키르기스의 대서사시 『마나스(Manas)』)

사토:
구소련 시절에는 공산당이 그런 전통 서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이야기꾼들에게 자기 민족의 역사 속에서 레닌이나 스탈린의 의미를 찬양하는 서사를 짓게 했죠. 아주 노골적인 선전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덕분에 그 문화의 맥이 끊기지 않고 이어져 온 면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키르기스스탄의 스튜디오 Amortiz Studio가 개발한 호러 어드벤처 『Rooten』https://store. steampowered. com/app/1584450/Rooten/)

사토:
실제로 중앙아시아의 전통과 요소를 담은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려는 움직임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약 5년 전쯤 카자흐스탄의 한 회사가 자국의 신화를 바탕으로 한 MMORPG를 개발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어요. 아쉽게도 그 타이틀은 개발 도중 중단되었지만, 그런 도전이 다시 시도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Jini:
기술력도 있고, 스토리텔링의 전통도 깊고, 그 문화와 역사를 살려 지역색이 뚜렷한 게임을 만들려는 의지도 강하다. 조건이 잘 갖춰져 있다는 말씀이네요.

사토:
맞아요. 제가 중앙아시아가 유망하다고 말씀드린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이 있고 경제 상황도 안정적이며, 특히 카자흐스탄은 교육 기관도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긍정적 요건이 많습니다.
이제 곧 키르기스스탄에서 ‘센트럴 아시아 게임쇼(Central Asia Game Show)’가 열린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중앙아시아 전역의 개발자들이 모인다고 하니, 현지의 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센트럴 아시아 게임쇼. 공식 사이트에서 인용)

서아시아

Jini:
이제 드디어 서아시아, 이른바 중동 지역이네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지금 게임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뜨거운 지역이죠.

사토:
중동이라고 해도 한 덩어리가 아닙니다. 아랍 국가들, 이란, 터키, 이스라엘로 나뉘고,
더 세분하면 옛 소련에 속했던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조지아 같은 코카서스 국가들도 포함되죠. 언어적으로도 아랍어, 페르시아어, 터키어는 각각 아프로아시아어족, 인도유럽어족, 우랄알타이어족으로 다릅니다.
어느 나라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터키: 하이퍼캐주얼 대국에서의 탈피

(위키미디어 커먼즈에서 인용 https://commons. wikimedia. org/wiki/File:Turkey\_(orthographic\_projection). svg)

Jini:
이란 이야기는 방금 나왔으니까…… 이번에는 터키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사토 씨에게 터키는 어떤 이미지인가요?

사토:
터키는 서구인들에게 가장 이해하기 쉬운 ‘중동’ 이었죠. 유럽과 직접 맞닿아 교류를 계속해 왔고, 또 NATO의 일원이기도 했습니다.

Jini:
“이었다”고요?

사토:
요즘은 조금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특히 게임 규제 관련 상황을 살펴보면, 사람들이 엄격하다고 생각하는 사우디아라비아보다도 훨씬 강경해진 인상이에요. 규제의 방향성도 도무지 읽기 어렵습니다.
갑자기 이상한 조항이 생기거나, “『Minecraft』는 폭력적이라서 옳지 않다” 같은 말을 꺼내기도 하죠(※). 정말 예측이 불가능한 나라입니다. 터키에서는 게임 규제를 내무부가 관할하는 걸로 알고 있지만, 세부 가이드라인은 전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감독 기관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노출이 어느 정도면 NG이고, 어느 정도면 OK다” 식으로 기준이 분명합니다.
터키의 경우는 결국 정부의 마음대로 결정되는 상태가 되어버렸죠. 한때 유럽에 가까운 감각을 지녔던 터키가, 지금은 오히려 가장 예측하기 힘든 나라가 되었습니다.

(※)https://www. washingtonpost. com/news/worldviews/wp/2015/03/10/the-turkish-governments-inexplicable-call-to-ban-minecraft/)

Jini:
터키는 하이퍼캐주얼 게임 강국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터키의 캐주얼 게임을 대표하는 Peak Games의 『Toy Blast』
https://play. google. com/store/apps/details?id=net. peakgames. amy\&hl=ja)

사토:
확실히 예전에는 하이퍼캐주얼 게임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인터넷 구조의 변화와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광고 단가나 CPA(획득당 비용) 도 오르고 있어서, 하이퍼캐주얼로 수익을 내기가 점점 어려워졌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얼마 전 이스탄불의 게임 행사에서 만난 터키 투자자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는 구매형 콘솔 게임의 시대다. ”여기서 말하는 콘솔에는 Steam에서 판매되는 PC 타이틀까지 포함됩니다.
이건 어느 정도 한국의 최근 기조와도 비슷한 흐름이에요. 기본 무료 온라인게임의 광고 수익 모델이 한계에 다다르자, 그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현장의 지혜라고 할 수 있죠.
전체적으로도 터키는 그 방향으로 조타를 틀고 있는 것 같습니다.

Jini:
그러고 보니, 터키에는 명작 PC 게임인 『Mount & Blade』가 있잖아요.

사토:
터키는 상당한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고, 내수도 있으며, 기술력도 높습니다.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나라입니다.
『Mount & Blade』 시리즈는 터키의 스타트업이 만든 작품이고, 모바일 온라인게임 대기업 Peak도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또 전통적으로 독일에는 터키계 이민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도 유럽형 모델에 맞춰 조정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나라입니다.
5년 후쯤에는, 유럽 작품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터키산 게임들이 여러 개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image65]

(『Mount & Blade II: Bannerlord』
https://store. steampowered. com/app/261550/Mount\_\_Blade\_II\_Bannerlord/)

Jini:
확실히 우리가 취재했던 『Suzerain』의 디렉터 아타 씨도 터키계 독일인이었죠. 그렇다면 시장 규모는 어떤가요? 인구는 약 8, 500만 명 정도로 알고 있는데요.

사토:
시장 규모로 보면 아랍권 보다 작습니다. 아랍권은는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중동 지역과, 거대한 인구를 가진 북아프리카를 모두 아우르고 있으니까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예전의 터키는 이집트와 함께 온라인게임 시장의 양대 강국이었습니다. 특히 한국의 『Knight Online』이 큰 인기를 끌었죠. 하지만 다른 나라들의 시장이 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터키의 존재감은 점차 약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국가는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서,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터키에 대한 정리를 하자면 이렇습니다. “시장은 쇠퇴하고 있지만, 개발의 미래는 밝다. ”그게 바로 터키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잠든 사자를 깨우는 열쇠는?

(위키미디어 커먼즈에서 인용
https://commons. wikimedia. org/wiki/File:Saudi\_Arabia\_(orthographic\_projection). svg)

Jini:
그럼 마지막으로 걸프 지역 이야기를 해볼까요. 시간도 꽤 지났고요 (벌써 4시간째네요). 원래는 코카서스 지방 등도 여쭙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과감히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에 집중하겠습니다. 사토 씨는 사우디와 개인적인 연계도 있으시고, 이미 일본 내에서도 사우디 관련 강연을 하셨으며, 기사도 여러 편 쓰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사우디의 현황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사토:
요약하자면 지금 가장 크게 변화하고 있는 나라, 그게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사우디는 2016년에 ‘비전 2030(Vision 2030)’이라는 석유 의존 탈피와 산업 다각화를 목표로 한 개혁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에는 ‘국가 게임 및 e스포츠 전략’\*\*을 내놓으며 게임 산업을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했죠. 예전의 사우디 게임 시장은 규제가 불안정했습니다. 어떤 것이 금지되고 허용되는지조차 세관 직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정도로 모호했어요. 또한, UAE처럼 체인형 대형 매장이 발달하지 않고, 개인 상점이 많았기 때문에, 해적판이나 병행 수입 게임이 의외로 많이 유통되는,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시장 구조를 바로잡은 사람이 바로 현 총리이자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입니다. 그는 국가 전체의 게임 산업 전략을 수립하고, 게임 등급제(레이팅) 기준을 정비하며, 해적판 시장을 정리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보는 사우디 게임 산업의 부흥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한 석유 의존 탈피 & 경제 발전 플랜 ‘비전 2030’)

사토:
그 전에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전 단계가 있습니다. 바로 전 국왕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폐하가 설립한 해외 유학생 장학 기금입니다. 이 제도를 통해 사우디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로 대규모 유학생을 파견했어요. 보통 수준의 장학 제도가 아닙니다. 학위를 하나 취득할 때까지의 학비는 물론, 항공료까지 전액 국가 부담이에요(※)。그래서 리야드 같은 도시에서 서점에서 일하는 평범한 사람도 사실은 미국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최근에는 규모가 줄었지만, 이 유학생 세대의 존재가 사우디 게임 산업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해외에서 처음으로 ‘게임’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그 매력에 눈을 뜬 거죠. 그리고 귀국 후에는 사우디 게임 산업의 원년 세대, 즉 현재 업계 중심 인물들이 되었습니다.

(※: https://grad. uwo. ca/finances/saudi\_bureau. html)

Jini:
사우디는 일반적으로 여성에 대한 제약이 매우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사회에서도 여성들이 게임 문화를 즐길 수 있을까요?

사토:
물론입니다. 그들도 즐깁니다. 사우디 \*\*통신·정보 기술부(MCIT)\*\*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게이머 2, 350만 명 중 48%가 여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플레이어로서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 현장에서도 여성의 비율이 상당히 높아요.
얼마 전 제가 리야드의 게임 개발자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는 남녀가 같은 테이블에 앉아 함께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놀랍게도 팀 리더의 상당수가 여성이었어요.

사이토:
사우디에는 여성 전용 게임 이벤트도 있었죠?

사토:
GCON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2012년부터 개최되어, 개발부터 e스포츠까지 폭넓게 다루는 여성 전용 게임 이벤트 브랜드입니다. 닌텐도와 소니가 공식 스폰서로 참여하며, 오랫동안 여성 팬들과 개발자들의 중심 무대 역할을 해왔어요.
GCON의 주최자는 가다 알모크벨(Ghada Almoqbel)이라는 인물입니다. 그녀가 또 대단합니다. 사우디에는 \*\*PIF(공공투자기금)\*\*이라는 막대한 국부펀드가 있고, 그 산하에 Savvy Games Group이라는 게임 전문 기업이 있습니다. 그녀는 이곳에서 사우디 게임 산업 리포트 책임자를 맡고 있었어요. 즉, 사우디의 게임 산업에 가장 정통한 인물 중 한 명입니다.

(가다 알모크벨 씨 — https://saudigazette. com. sa/article/624188 인용)

사토:
사우디의 여성들은 기업가 정신이 강하고 매우 우수한 인재들입니다. 제가 받은 인상은 그거예요.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고, 여성 창업자의 수도 많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사우디 여성들은 역사적으로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의료나 전문직 등 바깥에서 활약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활 속에서 ‘게임’이 중요한 오락의 하나로 자리 잡은 거예요.
지금은 재택·원격가 일반화되었듯이, 사실 IT 분야에서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창업할 수 있습니다.

사이토:
일부다처제와 가부장제가 강한 나라에서그런 환경을 헤쳐 온 여성들이, 그들의 생존 감각과 전략을 산업 현장에 적용해, 지금은 산업의 중추를 떠받치고 있다니—정말 놀라운 이야기네요.

사토:
그들은 이제 사회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불과 7\~8년 전만 해도, 사우디는 건물의 입구나 좌석이 남녀로 분리되고, 사이에 칸막이가 설치된 나라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 모습이 급속히 변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우디의 여성 게임 개발자 수는 약 1,000명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음 세대의 사우디를 이끌 열쇠는 바로 여성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e스포츠 이벤트 ‘Gamers8’ — https://x. com/gamers8\_en)

Jini:
게임 문화든, 여성의 지위든 —사우디는 불과 몇 년 만에 어떻게 이렇게 급격히 변화할 수 있었을까요?

사토: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비전 2030(Vision 2030)’과 ‘국가 게임·e스포츠 전략’을 비롯한 정책적 지원입니다. 역시 정부가 앞장서서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건 큰 힘이에요.
둘째, 종합적인 산업 정책의 관점입니다.
석유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위기의식은 국민 모두가 공유하고 있습니다.
셋째, 사회 구조에 대한 인식 변화입니다. 자세히 설명하면 복잡하지만, 기존의 권위(오소리티)에 대한 의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넷째, 유학생 귀국 세대의 존재입니다. 이건 아까 말씀드렸죠. 그들이 해외 문화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젊은 세대의 비율이에요. 연령별 인구 피라미드를 보면 젊은 층의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참고로 사우디의 평균 연령은 약 29세, 반면 일본은 거의 50세에 가깝죠. 부유하고, 젊은 인구 비율이 높은 나라 —이건 굉장히 유망한 조건입니다.

(2020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연령별 인구 분포 https://commons. wikimedia. org/wiki/File:Saudi\_Arabia\_single\_age\_population\_pyramid\_2020. png)

Jini:
그리고 젊은 세대가 여가에 돈을 쓰고 싶어 하는 대상이라면, 역시 게임이겠죠. 확실히 매력적인 시장이에요.

사토:
GCC(걸프 협력 회의) 회원국들은 의외로 오랜 게임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 MSX 시대에는 알 알아미야(Al Alamiah) 라는 회사가 MSX 컴퓨터의 아랍어 버전을 현지화했어요. 이처럼 예전부터 게임 문화의 토대가 존재해 왔던 거죠.
또한, 자동차를 좋아하는 국민성과 축구에 대한 열광적인 인기 덕분인지, 지금 사우디의 게임 시장에서는 레이싱 게임과 축구 게임이 비교적 인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장르에 대해서는 판매 경향이 유럽과 비슷하며, 산업이 점차 성숙해지면서 플레이어의 취향도 다양하게 변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알 알아미야의 Sahkr AX-170 — 일본에서 수입된 산요 MPC-2를 쿠웨이트의 알 알아미야(Al Alamiah)사가 아랍 시장용으로 현지화한 모델. 출처: eBay)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이후의 미래

Jini:
중동이라고 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현재 이스라엘의 군사 침공이 진행 중인데, 이 지역의 상황은 어떻게 보시나요?

(위키미디어 커먼즈 인용 —https://en. wikipedia. org/wiki/State\_of\_Palestine\#/media/File:State\_of\_Palestine\_(orthographic\_projection). svg)

사토:
사실 이스라엘–가자 전쟁 이전에는 팔레스타인에서도 IT 산업을 기반으로 한 산업 진흥 정책이 추진된 적이 있었습니다. IT 개발의 하청 업무를 장려했죠. 게임 분야에서도 IGDA(국제게임개발자협회) 팔레스타인 지부가 존재했고, 워크숍도 열렸다고 합니다.
그 시기에는 모바일 게임이 활발하게 플레이되고 있었어요. 물론 통신 환경은 안정적이지 않았지만, 현재도 2D·3D 액션 게임이나 3D 모델링 등 게임 아웃소싱에 참여하는 개발자들이 활동 중입니다.
참고로, 제가 처음 일했던 요르단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후쌈(Hussam)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Rababa Games라는 회사가 있는데, 이곳은 중동 유수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로 성장했습니다. 이들이 만든 ‘HAJWALA’(아랍어로 ‘드리프트’) 라는 레이싱 게임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 큰 히트를 기록했고, 사실 일본에도 열성적인 팬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이 게임은 두 차례 영화로도 제작될 정도로 성공했으며, 현재는 두 번째 작품을 제작 중이라고 합니다.

(위키미디어 커먼즈 인용
https://commons. wikimedia. org/wiki/File:ISR\_orthographic. svg)

사토:
이스라엘이 IT 산업에 힘을 쏟고 있다는 건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게임 분야에서도 최근에는 인디 게임 중심으로 좋은 작품들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는 〈Blind Drive〉라는 작품이 도쿄게임쇼에서 상을 받기도 했죠. 이스라엘에서는 ‘게임’이라는 매체 자체를 메타적으로 해석해 표현하는 작품들이 눈에 띄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 큰 세력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스라엘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는 분야는 소셜 카지노 장르입니다. 금융 허브에 가까운 생태계이고, 또 애드테크(ad tech) 나 툴바 비즈니스 같은, 다소 그레이존에 속하는 IT 산업에 강한 기반이 있기 때문이죠.
예전에 존재했던 툴바 비즈니스, 알고 계신가요?
웹 브라우저에 악성코드에 가까운—거의 악성코드 자체인 툴바를 몰래 깔아 넣던 그 비즈니스 말입니다. 그때 이 툴바 비즈니스의 양대 기업이 모두 이스라엘 회사였어요.

Jini:
상당히 회색지대 비즈니스네요.

사이토:
이스라엘 기업들은 실체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죠. 창업자는 이스라엘인이지만 본사는 미국에 있는 형태도 흔합니다. 자본과 핵심 기술, 노하우만 쥐고 R\&D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식, 그게 바로 ‘이스라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죠.

사토:
애드테크는 어쩌면 가장 ‘이스라엘적인’ 산업일지도 모릅니다. 과거 툴바 회사 출신 인재들이 이스라엘 애드테크 산업의 토대를 세웠다고 들었어요. 그들은 전면에 나서기보다, 백엔드에서 카오스맵의 점과 점을 연결해 가는 그런 방식을 택합니다. 예전부터 이스라엘은 BtoC보다는 BtoB 중심의 산업 기풍이 강한 나라였죠.
아까 말씀드린 대로, 팔레스타인에서는 모바일 게임이 유행했지만, 그 모바일 게임 산업은 광고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즉, 모바일 게임으로 돈을 벌려면 결국 이스라엘의 기술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요르단에 사는 팔레스타인계 개발자 친구가 있는데, 그가 예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스라엘인과는 절대 거래하지 않지만, 애드테크 관련 일만큼은 어쩔 수 없이 이스라엘 회사와 계약할 수밖에 없다. ”
게임 산업 역시 복잡하고 불안정한 세계 정세와 무관할 수는 없는 것이죠.

Jini:
하루빨리 두 나라 사람들이 함께 게임을 만들고 즐길 수 있는 평화가 찾아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세계를 넘나들며 ‘플레이’하는 사토 쇼

Jini:
오늘은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귀중한 시간을 내주시고, 깊이 있는 말씀을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게임 시장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지만, 사실 사토 씨가 가장 전문적으로 다루시는 동유럽, 남미, 아프리카 같은 비공식(인포멀) 마켓 이야기는 듣지 못했어요. 물론 북미, 서유럽, 오세아니아 지역의 시장도 원래는 여쭙고 싶었습니다.

사토:
아닙니다,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번에는 정규(포멀) 시장중심으로 이야기했지만, 정가로 게임을 살 수 없는 경제 수준의 나라에도 반드시 ‘비공식(인포멀) 마켓’이 존재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그쪽 이야기도 해보고 싶네요.
다만, 저 자신은 그렇게 거창한 생각을 하며 움직이는 건 아닙니다. 결국 말하자면 어느 나라, 어떤 슬럼가에도 게임은 존재하고, 그걸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그뿐이에요. 게임은 어디에 있든 닿을 수 있는 매체죠. 그런 종류의 오락은 음악과 게임뿐입니다. 정말, 게임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이토:
세계의 ‘앞’도 ‘뒤’도 꿰뚫고 계신 사토 씨의 폭넓은 시야에는 정말 감탄할 따름입니다. 마치……

사토:
그러니까 스파이가 아니라니까요.

사이토:
알고 있어요. 몇 번만 대화를 나눠봐도 “이 사람은 그런 목적이 아니구나” 하고 누구나 알게 됩니다. 이렇게 게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Jini:
마지막으로 꼭 묻고 싶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사토 씨의 ‘목적’은 무엇인가요?처음에 “일본의 게임 산업에 기여하고 싶다”고 하셨죠. 하지만 사토 씨는 일본 게임 회사의 내부 사람도 아니고, 사토 씨의 능력이라면 ‘성장하는 지역’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것도 어렵지 않을 텐데요.

사토:
가끔은 저도 생각합니다. “일본 게임 업계를 위해 일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멀리까지 와버린 걸까” 하고요. 해외의 게임 산업이 번영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일본의 현재 상황에 답답함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저는 일본 게임을 좋아해요.
해외를 돌며 다양한 나라의 훌륭한 게임 문화를 접할수록, 그 애정은 점점 더 깊어집니다. 게임은 전 세계적인 미디어이고, 일본의 게임 문화도 세계 게임 문화의 일부이며, 일본 게임으로 자란 저 역시 그 세계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그건 정말로 멋진 일이지 않습니까?

후기

인터뷰 후 기념촬영을 마치고 나서, 사이토 씨가 내게 물었다. “어땠어요?”
즉, 이번 인터뷰의 소감을 말해보라는 뜻이었다.

그건 곧 ‘사토 쇼라는 인물에 대한 인상을 말해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나는 한동안 대답을 망설였다. “어땠냐”고 물으면, 뭐라고 해야 할까.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존재였다.
그는 4시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물론 휴식 시간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그때조차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꺼내는 모든 주제는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고, 각 이야기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 만약 시간이 허락되었다면, 아침까지라도 계속 이야기했을 것이다.
게다가 말이 빠르다. 멈추지 않는다. 사람이 한 시간에 말할 수 있는 평균 분량은 약 15, 000\~20, 000자라고 한다. 그런데 인터뷰를 녹취해보니, 4시간 동안 11만 자였다. 즉, 한 시간에 약 27, 000자. 인터뷰어의 말까지 포함된 수치라 해도, 이는 경이로운 속도였다.

처음 보는 부류의 인간이었기에,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나는 겨우 이렇게 답했다.

“그분이라면, 이번 이야기만으로도 신서 세 권은 쓰실 수 있겠네요. ”그러자 사이토 씨가 “하하하” 웃으며 말했다.
“열 권은 가능하지. 주제를 한정하지 않는다면 열 배도 가능할걸. ”
열 권의 열 배라면 백 권이다. 농담처럼 들렸지만, 전혀 농담 같지 않았다. 오히려 백 권으로도 모자랄 듯한,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이를 사토 씨에게서 느꼈다. 이 태풍이 지나간 듯한 광경을 마주하고 있자니, “나는 일본의 게임이 좋아요”라고 말하며 세계 곳곳을 누비는 그가 이해되었다. 그의 폭발적인 에너지는 결코 일본 하나의 땅에 머물 수 없는 것이었다. 사토 쇼라는 괴재 의 열기를 받아내기 위해선, 지구 전체 5억 1,000만 평방킬로미터의 대지가 필요했다.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알고 싶다. 이는 예로부터 인류를 움직여온 근원적 욕망이다. 하지만 나태한 동물인 인간은 언젠가 그걸 불가능한 일로 단념하곤 한다. 그럼에도, 그 불가능을 진심으로 실현하려 하는 사람들이 가끔 존재한다. 어떤 시대에는, 그런 행위를 계몽이라 불렀다.
여행이란, 인식할 수 있는 세계의 영역을 넓혀 가는 행위다. 사토 씨의 리서치 보고는, 그저 자리에 앉아 듣고 있는 우리마저 여행으로 이끌어, 새로운 풍경과 가능성의 파편을 보여준다.
다음에는 어떤 여행으로 우리를 데려가 줄까?
사토 쇼는 앞으로도,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것이다.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알고 싶다. 이는 예로부터 인류를 움직여 온 근원적 욕망이다. 하지만 나태한 동물인 인간은 언젠가 그걸 불가능한 일로 단념하곤 한다. 그럼에도 그 불가능을 진심으로 실현하려 하는 사람들이 가끔 존재한다. 어떤 시대에는 그런 행위를 계몽이라 불렀다.

여행이란, 인식할 수 있는 세계의 영역을 넓혀 가는 행위다. 사토 씨의 리서치 보고는, 그저 자리에 앉아 듣고 있는 우리마저 여행으로 이끌어, 새로운 풍경과 가능성의 파편을 보여준다.

다음에는 어떤 여행으로 우리를 데려가 줄까?

사토 쇼는 앞으로도,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