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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nt-magazine.com/ko/interview/hooded-horse-founders-tim-bender-snow-r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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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11 2025.11.03
도대체 지금까지 전략 게임 팬들은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걸까.
물론 『Civilization』이나 『Hearts of Iron』 같은 게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략 게임 팬들이란, 그런 대형 업체가 만든 소수의 묵직하고 거대한 명작들을 몇 년씩 반복해서 즐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엄청난 속도로 신작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인디 게임 시장과는 거리가 먼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Hooded Horse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2024년은 Hooded Horse의 해였다. 2023년 말에 정식 출시된 『Against the Storm』을 시작으로, 『Norland』, 『Workers & Resources: Soviet Republic』, 『Empires of the Undergrowth』, 그리고 『Manor Lords』까지. Steam에서 ”앞서 해보기”를 시작한 작품들과 정식 출시 작품들이 줄줄이 화제를 모았고, 실제로 큰 히트를 기록했다. 모든 작품이 Steam에서 수만 건의 리뷰를 받으며, 전략 게임 시장의 풍부한 수요를 증명했다.
이제 Hooded Horse는 전략 게임과 RPG 전문 인디 퍼블리셔로서의 지위를 완전히 확립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회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몇 년 전만 해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 풍운아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왜 전략 게임이라는 틈새 시장을 선택했는가. 특정 테마를 가진 퍼블리셔는,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가.
2024년 11월, ‘후드’ 속에 감춰진 민낯을 파헤치기 위해, I.N.T. 취재팀은 시애틀로 향했다.

(인터뷰 장소가 된 부부의 자택에서 반겨준 강아지들)
편집 / Jini
인터뷰 진행 / 사이토 다이치
통역 / J-mon
글 / 치바 슈
사진 / 이요다 아키히코

사이토:
안녕하세요, I.N.T.의 프로듀서이자 인디 게임 퍼블리셔 WSS Playground 대표를 맡고 있는 사이토 다이치입니다.
오늘은 게임 저널리스트로서는 물론이고, ‘캐릭터 중심의 게임’을 테마로 내건 인디 게임 퍼블리셔 대표로서, 베일에 싸인 Hooded Horse의 비밀을 샅샅이 파헤쳐보고자 합니다.

팀:
Hooded Horse의 CEO, 팀 벤더입니다. 먼 일본에서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노우:
대표이사 겸 CFO 스노우 루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이토:
자, 본래라면 “왜 퍼블리셔로서 전략 게임과 RPG 전문의 길을 걷기로 하셨나요?”라고 가장 먼저 여쭤봐야겠죠. 물론 같은 퍼블리셔로서 이것도 매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하지만 저는 감히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전략 게임의 멋진 점은 무엇인가요?”
팀 씨, 왜 전략 게임을 사랑하시나요?
팀:
전략 게임의 매력은 ‘도전’에 있다.
전략 게임에서는 끊임없는 사고력을 요구합니다. 항상 새로운 도전이 준비되어 있고, 흥미로운 선택을 만나며, 그 선택의 결과와 마주하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실험 결과로부터 또다시 다음 가설을 세우는 사이클이기도 하죠.
선택 가능한 요소에는 모두 장단점이 있으며, 명확하게 최선의 정답은 없습니다. 차선의 길을 택한다 해도, 모든 파라미터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순간순간 상황이 변화합니다. 이런 혼돈과 씨름하면서, 선택이라는 도박을 해나가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도전이며, 난이도가 높을수록 좋습니다. 어렵고, 고민되는 선택의 국면이야말로 자신의 선택이 확실히 반영됩니다. 거기에 전략 게임 경험의 핵심이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사이토:
하드코어 게이머다운 답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그런 당신의 이력부터 여쭤보고 싶습니다. 처음 플레이한 게임을 알려주세요.
팀:
『Civilization』(1991)입니다. 시리즈의 첫 작품이죠.

(말할 것도 없는 명작 시리즈의 첫 작품, 『Civilization』)
사이토:
오, 뼛속까지 전략 게임 팬이시네요!
팀:
그래요, 저는 전략 게임을 만들기 위해 태어났다… 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가 6살이었을 때, 어머니가 쇼핑하는 도중에 좋아하는 게임을 하나만 사줄 수 있다고 하셨어요. 단, 누나와 저 둘이서 하나만요.
『Civilization』은 누나가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원했던 건 『Quest for Glory: So You Want To Be A Hero』(1989)라는 어드벤처 RPG였죠.
하지만 연약한 소년이 강대한 누나를 거역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어쩔 수 없이 『Civilization』을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6살짜리 저에게는 난해하기 짝이 없는 게임이었어요. 우선 생산하는 유닛을 변경하는 방법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계속 최저 레벨의 군사 유닛만 생산하면서, 작은 섬을 헤매다가, 게임 막판에 등장한 적의 항공모함과 전차에 처참히 패했습니다.
비참한 첫 경험이었죠. 하지만 왜인지, 그 어려움과 패배에 끌렸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완전히 전략 게임에 빠져들었고, 『Civilization』과 비슷한 게임이라면 뭐든 손을 대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게임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점점 더 재미있어졌습니다. 전략 게임의 좋은 점이죠.
그런데 게임 가게에서 누나에게 밀렸던 『Quest For Glory』에도 후일담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QFG』가 갖고 싶었던 저는 어머니를 졸라서, 한 달 후에 같은 게임 가게에서 사달라고 했거든요. 그 이후로는 RPG 장르의 팬도 되었습니다.

(어드벤처 RPG의 명가, Sierra On-Line의 인기 시리즈 『Quest for Glory』)
사이토:
그 게임 가게에서 전략 게임 팬이자 RPG 팬인 팀 벤더가 탄생했고, Hooded Horse가 전략 게임과 RPG 퍼블리셔가 되는 운명이 정해진 거네요. 아니,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잖아요.
팀:
Hooded Horse가 탄생한 것도, 어쩌면 누나의 공로일지도 모르겠네요. 누나가 없었다면 제가 『Civilization』과 만날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그 이후의 어린 시절은 줄곧 게임에 푹 빠진 나날이었습니다. 90년대는 MMORPG의 태동기이기도 했으니까, 마이너한 작품부터 메이저 작품까지 모조리 했죠. 『울티마 온라인』(1997)의 자유로 넘쳐나던 혼란스러움이 지금의 MMO에서 사라져버린 건 슬픈 일입니다.
사이토:
가장 좋아하는 게임을 하나만 고른다면 무엇인가요?
팀:
하나만 고른다면 『XCOM: Enemy Unknown』(2012)입니다. 『XCOM:EU』의 전투 디자인 혁신성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다 말할 수 없습니다. 독자적인 이동 시스템이나 스킬 같은 게임 내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가 매우 명확하게 만들어져 있었어요. 기존의 복잡한 전략 게임과는 확실히 선을 긋는 스마트함이 있었죠. 그 이전과 이후로 전투 전략 게임의 개념이 완전히 바뀌어버렸습니다. 게임 디자이너인 제이크 솔로몬의 천재성 덕분이죠.
RPG라면 『The Elder Scrolls III: Morrowind』(2002)일까요. 그걸 플레이한 건 18살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 게임의 멋진 점은, 스스로 상황을 이해해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그 시절에는 퀘스트 마커 같은 기능은 없었어요. 스스로 생각하고, 탐색하며, 자신만의 경험을 손에 넣었던 거죠. 진정으로 아름다운 세계라는 건 그런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요.
물론 당시 저는 『Morrowind』에 모드(MOD/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넣어서 플레이했기 때문에, 바닐라로 플레이한 기억은 거의 없지만요.

(『XCOM: Enemy Unknown』. 개발은 『Civilization』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시드 마이어가 이끄는 Firaxis사)
사이토:
다른 인터뷰 기사에서 읽었는데, MOD에 열중하셨다고 하더군요. 당신에게 게임 경험과 MOD를 연결 지어 이야기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본인에게는 다릅니다. 콘솔 게임기의 우위가 오래 지속된 일본에서는 MOD 문화가 그다지 자리 잡지 못했거든요. 서구의 MOD 문화는 게임 개발의 입구가 되어 지금의 인디 씬에도 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있죠. 저 같은 일본인으로서는 신기하면서도 부럽습니다.
팀:
MOD란 게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수단입니다.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줄곧 그 매력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원래 『Civilization』은 현실의 역사를 기반으로 하지만, MOD를 넣으면 그것이 판타지 세계관으로 바뀝니다.
저는 판타지와 역사를 예전부터 매우 좋아해서 책도 자주 읽었습니다. 판타지 중에서는 『샨나라 연대기』 같은 것도 좋아했지만, 무엇보다도 역시 『반지의 제왕』이죠.
『Civilization II』(1996)에서도 『반지의 제왕』의 전일담인 『실마릴리온』을 기반으로 한 “다고르 브라골라크”라는 시나리오를 발견하고 바로 도입했습니다.

(『Civilization II』용 『반지의 제왕』 2차 창작 MOD 시나리오 “다고르 브라골라크”)
팀:
그 MOD는 걸작이었죠. 다고르 브라골라크는 『실마릴리온』에 기록된 중요한 전투 중 하나입니다. 그 시나리오에서는 Civ2를 사용해 원작을 재현하고, 엘프들이 절망적인 전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도전하는 것입니다.
그 시나리오에서 승리란 반드시 적을 물리치는 것은 아닙니다. 원전에서 엘프들은 사악한 세력에게 완패했으니까요. 그래서 대패를 피하기만 해도 ‘사실’보다 나은 결과가 되는 겁니다. 패배가 확실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는 건 매우 스릴 넘치고 흥미로운 설정이지 않습니까.
『Civilization IV』(2005)에도 “Fall from Heaven”이라는 판타지 테마의 MOD가 있었는데, 이것도 철저히 즐겼죠.
『XCOM: Enemy Unknown』에도 “Long War”라는 유명한 대형 MOD가 있었는데, 여기에서도 크게 감명받았습니다.
사이토:
직접 MOD를 만드신 적은 있나요?
팀:
네, 예전부터 MOD를 제작해왔습니다. 다만 모두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었고, 공개한 건 『Mount&Blade』(2010) 때 하나뿐이네요.
제가 만들던 건 주로 난이도를 높이는 MOD였습니다. 일부러 자신에게 불리하도록 바꿔서 더 도전적으로 만드는 거죠. 예를 들어 『XCOM: Enemy Unknown』에는 “Long War”라는 사실상 난이도 상승 MOD가 이미 존재했지만, 그것조차 너무 쉽다고 느껴서, 게임 내 기술 발전 속도를 절반으로 줄이고 적의 HP를 올리는 MOD를 만들었습니다.
사이토:
그러니까, 원래도 난이도가 높은 『XCOM:EU』의 난이도를 더 높이는 MOD조차 미흡하다고 느껴서, 거기서 더 난이도를 올렸다는 말씀이신가요.
스노우:
그와는 예전부터 자주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고생하는 부분이 바로 그거예요. 이 사람은 항상 가장 어려운 모드로 하고 싶어 하거든요.
팀:
늘 스릴을 추구했습니다. 플레이한 대부분의 게임에서 최고 난이도보다 더 높은 걸 원했죠.

(팀 벤더가 제작한 『Mount&Blade』용 DLC 『Viking Conquest』의 MOD “VC Balance Mod”)
사이토:
『Mount & Blade』 MOD를 만든 건 언제쯤인가요?
팀:
2015년부터 2018년 사이였을 겁니다. 그때는 뉴헤이븐에 있었고, 여가 시간의 일부를 MOD 제작에 쏟았습니다.
스노우:
저도 팀에게 권유받아 『Mount & Blade』를 플레이하기 시작했는데, 정말 즐거웠어요. 원래 바이킹 문화에 관심이 있어서 북유럽에 발굴 조사를 갈 정도였으니까, 『Viking Conquest』는 특히 좋아했죠.
MOD는 처음엔 세세하게 조정하려는 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Balance Mod』라고 불렀던 거예요. ……거기서 점점 부풀어 올랐죠.
예를 들어 게임 맵상의 군대 진군 속도를 측정해서, 그것을 실제 역사 기록의 진군 속도와 대조했습니다. 그다음 맵의 스케일을 재조정해서 이동 시간이 역사적으로 정확하도록 만들었어요. 기본적으로는 진군 속도가 느려졌죠. 대략 두 배의 시간이 걸리도록 했습니다.
팀:
한 번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 점점 다른 수정하고 싶은 부분도 나오게 됩니다.
그 밖에도 부대 업그레이드 트리도 개선했죠.
그걸 공개한 게 제가 MOD 제작자로서 공적으로 활동한 유일한 기록입니다.
2018년 무렵이 되자 저는 이미 대학원을 나와서 여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스노우가 변호사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생활을 유지할 여유가 있었거든요.
그때 로스쿨 시절의 친구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법률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어 자금이 풍족했고, 좋은 투자처를 늘 찾고 있었죠.
제가 MOD 제작에 힘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그가 “MOD가 그렇게 재미있다면, 게임을 일로 삼으면 되지 않겠어?”라고 말했습니다. 그건 동시에 투자 제안이기도 했죠. 이것이 Hooded Horse 설립의 계기입니다.
사이토:
Hooded Horse 설립 이후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시계 바늘을 조금 되돌려서, 게임 업계에 뛰어들기까지 당신의 인생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우선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에 진학하셨죠.
팀:
대학에 들어가서는 학업에 매진했습니다. 너무나 좋아하는 게임도 하루 1~2시간의 휴식 정도로만 했던 것 같아요.
학부에서는 처음에 수학을 전공했는데, 어느 때 로스쿨 모의시험을 봤더니 아주 좋은 성적이 나왔어요. 수학과에 진학한 것도 논리적인 걸 좋아했기 때문이지만, 그때 법률도 제가 좋아하는 논리성으로 구축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법률의 길로 가기로 결심했죠. 법조 자격을 취득하면 그 이후 커리어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거라고도 생각했고요. 지금 돌아보면 20살짜리 젊은이다운 단순한 생각이었죠.
당시 저는 매우 성급하기도 했습니다. 로스쿨에 지원하기로 결정했을 때, “여기서 1년 정도 평소의 2배 수업을 들으면 딱 졸업할 수 있겠네”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래서 등록 가능한 최대한의 학점을 등록해서 1년에 평소의 2.5배 학점을 취득하고, 학부를 2년 만에 마쳤습니다.
사이토:
네? 평소의 2.5배 학점이면 물리적으로 수업에 출석하는 게 불가능한 거 아닌가요?

팀:
그래서 몇몇 수업은 출석하지 않고 시험만 봤습니다. 그렇게 등록한 학점을 모두 취득했어요. 물론 엄청나게 공부했죠.
사이토:
그런데도 하루에 1~2시간은 꼬박꼬박 게임을 할 수 있었다는 게 놀랍네요.
그렇게 스탠퍼드 로스쿨에 진학하셔서 변호사 자격을 얻고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1년 만에 그만두고, 하버드 대학원에서 동아시아 지역정치를 공부해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이번엔 맥킨지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죠. 하지만 그것도 1년 만에 그만두고 다시 하버드로 돌아가서 중국 고대사로 두 번째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왜죠?
변호사도 맥킨지 컨설턴트도 젊은이들에게는 선망의 직업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 둘 중 하나를 인생의 목표로 삼기도 하죠.
그런데 당신은 그 꿈의 직업을 너무나 쉽게 내던지고 대학으로 몇 번이나 돌아갔습니다.
그 이유가 뭔가요?
팀:
제게 그 두 직업은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어요. 그게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물론 즐거운 일도 있었고, 지금 일에서도 변호사 시절이나 컨설턴트 시절의 지식이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다만 일로서는 그다지 좋아할 수 없었어요.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계속하며 인생을 낭비하느니, 대학원으로 돌아가서 좋아하는 역사를 공부하는 게 더 즐거웠습니다.
학문의 세계는 시야를 넓혀줍니다.
저는 원래 유럽 지역의 역사를 공부하는 걸 좋아했어요. 한편으로는 ‘서양’이라는 틀을 넘어 무언가를 알려고 한 적이 없었죠.
하지만 석사 과정에서 중국어와 동아시아 역사를 배우면서 세계의 다른 부분을 이해하고, 더 넓은 역사의 기반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하버드에서 아내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스노우:
팀과 만난 건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배우는 세미나였어요. 그 세미나는 선생님과 학생 6명만 있는 작은 세미나였는데, 그 6명 중에서 나중에 결혼하는 커플이 2쌍이나 나왔죠.
“세미나는 세미나인데, 저건 사실 소개팅 세미나였던 거 아니야?” 라고 우리끼리 자주 농담하곤 했습니다.

사이토:
그렇게 변호사, 맥킨지, 두 개의 석사 학위를 거쳐서, 『Mount&Blade』 MOD를 만들고 있던 팀 씨 앞에 친구가 나타나 퍼블리셔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군요.
그렇다면 앞의 두 직업과는 달리, 인디 게임 퍼블리셔는 세상을 좋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신 건가요?
팀:
그때는 그렇게 생각만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퍼블리셔를 5년 동안 해온 지금은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단언하죠. 인디 게임 퍼블리싱은 실제로 세상을 좋게 만들고 있습니다.
창의성이 발휘되고, 예술에 기회가 주어지며, 새로운 크리에이티브의 목소리를 건져 올립니다. 그렇게 좋은 작품이 태어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거죠.
주변을 보세요. 세상을 보세요. 모두가 게임을 사랑하고 즐기고 있습니다.
그들이 즐기는 게임 중에 우리가 관여한 타이틀이 있으면 굉장히 보람을 느낍니다. 하는 일이 세상을 좋게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거든요. 제가 이전 직업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감각입니다.
사이토:
이렇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인디 게임 개발자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모두가 한결같이 인디 게임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고 믿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저 역시 인디 게임 퍼블리싱이 세상을 좋게 만드는 일이라고 믿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사이토:
그렇게 Hooded Horse가 2019년 7월에 탄생합니다.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죠. Hooded Horse라는 퍼블리셔에 대해 원래 가장 먼저 물어봤어야 할 질문입니다.
왜 Hooded Horse는 전략 게임과 RPG 전문 퍼블리셔의 길을 선택했나요?
팀:
사실 설립 당초부터 전략 게임과 RPG 전문 노선을 생각했던 건 아닙니다. 물론 전략 게임도 RPG도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장르입니다. 당연히 좋아하는 장르의 게임을 다루고 싶었죠. 하지만 그 둘을 강점으로 내세워 나가기로 결심하지는 못했어요.
결국 길이라는 건 걸으면서 만들어지는 법입니다. 퍼블리셔를 설립하고 저는 가장 먼저 Pavonis Interactive와 접촉했습니다. 『XCOM:EU』의 MOD “Long War” 개발팀이죠. 그 타이틀이 『Terra Invicta』였습니다.
이어서 『Falling Frontier』, 그리고 『Old World』와 계약했습니다. 『Old World』의 쇠렌 존슨도 제게는 신과 같은 작가입니다. 뭐니 뭐니 해도 『Civilization IV』와 『Spore』의 리드 디자이너였으니까요.
이렇게 전략 게임과 잇따라 계약하고, 스노우와 함께 업계 분석을 거듭하다 보니, 제 취향과 마케팅 측면의 합리성이 일치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어떤 의미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전략 게임과 RPG 전문 퍼블리셔가 되어간 거죠.

(Hooded Horse가 처음으로 계약을 맺은 타이틀 중 하나인 『Terra Invicta』)
사이토:
전략 RPG 전문이라는 전략은 안목이 좋았습니다. 전략 장르는 수요 규모에 비해 공급이 적은 장르니까요.
팀:
확실히 우리는 당시 빈틈이 있던 장르에 진입해서 일정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 가끔 “전략 게임은 만들고 팔기 쉬운 장르다”라고 말하고 싶어 합니다. 이런 말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전략 게임의 마케팅을 다른 장르처럼 이야기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다른 장르에 비해 개발팀 규모가 비교적 커지는 경향이 있거든요. 또한 개발 기간도 매우 깁니다. 4, 5년 걸리는 것도 흔합니다. “앞서 해보기”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거기서 정식 출시까지 몇 년이 더 걸리기도 하고요.
이런 개발 규모와 개발 기간을 고려할 때, 단순히 다른 장르의 인디 게임과 비교하는 게 옳을까요?
또 하나,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점이 있습니다. 전혀 팔리지 않은 좋은 전략 게임이 산더미처럼 많다는 사실입니다.
전에 어떤 리스트를 본 적이 있습니다. 거기엔 수백만 달러의 제작비와 마케팅 예산을 가지고, 리뷰에서도 호평을 받았는데 판매량이 1만 장에도 미치지 못한 전략 게임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더군요. 전율이 일었습니다. 단 한 달 사이에 개발에도 마케팅에도 공을 들인 게임이 10개 이상 출시되고는 화제도 되지 못한 채 사라지는 거죠. 그래서 팔린 사례만 골라서 “전략 게임은 팔기 쉽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건 그다지 공정한 평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Hooded Horse 퍼블리싱 작품 예시. 화제작들이 즐비하다)
팀:
전략 게임을 파는 데는 독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전략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은 게임에 대해 매우 높은 수준을 요구하거든요. ‘미지근한’ 난이도의 게임은 그들에게 재미없는 게임과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장대한 작품을 좋아합니다. 20시간 만에 끝나거나 질리는 게임에는 “너무 짧다”고 불만을 토로하죠.
전략 게임 플레이어들은 전략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를 꿰뚫고 있으며, 비평적 안목이 높고, 가차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기대에 계속 부응해 나가는 건 쉽지 않습니다.
전략 게임 시장이라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시장입니다.
사이토:
개발자들과의 관계에 대해 알려주세요. 우선 구체적으로 어떻게 계약할 개발자를 선택하는지요.
팀:
우리는 먼저 그 게임의 독창성을 봅니다. 플레이어가 사랑에 빠질 만한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지 말이죠.
특히 Hooded Horse에서 퍼블리싱하는 게임의 경우, 그 매력 포인트가 타깃 장르 팬들에게 어필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채택하지 않는 게임이 있다면, 그 ‘사랑받을 만한 특별함’에 비해 개발 예산이 맞지 않는 게임입니다. 타깃이 너무 작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개발자에게 성공을 약속할 수 없거든요.
사이토:
투자는 항상 초기 단계부터인가요?
팀: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개발비 투자 관점에서 Hooded Horse와 계약하는 개발자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개발비를 완전히 자체 조달할 수 있는 개발자입니다. 이건 과거에 히트작을 낸 팀이 많죠. 예를 들어, 저희를 통해 ‘MENACE’를 출시할 예정인 Overhype Studios는 2017년에 ‘Battle Brothers’라는 턴제 시뮬레이션 RPG를 자체 퍼블리싱하여 큰 성공을 거둔 스튜디오입니다. 그들은 저희가 제공하지 않아도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이미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저희는 순수하게 퍼블리싱 업무에만 전념합니다.
또 하나는 투자가 필요한 개발자입니다. 이런 개발자들에게는 개발 자금의 일부를 제공하고, 저희의 수익 분배 비율을 조금 높여 받습니다.
이외의 예외적인 케이스로는 이미 작품이 거의 완성된 상태에서 계약한 『Old World』가 있습니다. 『Old World』의 Mohawk Games는 이전에 다른 퍼블리셔가 붙어 있었는데, 거기가 자금난으로 철수하고 대신 저희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한 게 게임 출시 후였기 때문에 개발 자금을 낼 필요가 없었죠.

(『Old World』. EPIC STORE 발매 시에는 퍼블리싱을 담당하지 않았던 Hooded Horse였지만, 이후 Steam 버전 출시 때부터 크레딧에 올라가게 되었다)
사이토:
Hooded Horse는 게임 디자인 프로세스에 어느 정도 관여하나요? 당신은 게임의 초기 컨셉에 대해 조언을 하나요?
팀:
Hooded Horse가 계약하는 건 개발자 자신이 어떤 아이디어에 강한 확신을 품고 있을 때뿐입니다. 계약 시에는 단순히 “팔릴 것 같으니까”가 아니라 “개발자 본인이 사랑하는 프로젝트인지”를 중시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기획 단계에 관여하는 일은 이론상 거의 있을 수 없습니다.
사이토:
그렇다면 개발자에게는 어떤 국면에서 어떤 조언을 하나요?
팀:
주로 프로젝트 스케줄링 같은 것들이죠. 기본적으로는 저희 최고 제품 책임자인 아슈켄 나무지가 중심이 되어 개발자들과 논의하고 계획에 관한 조언을 합니다. 소규모 팀의 경우 스스로 상세한 계획을 세울 여력이 없는 경우도 눈에 띕니다. 그래서 우리의 경험이 유익하게 작용하는 거죠.
한편 대규모 팀이라도 더 면밀한 계획이 요구되니까, 그건 그것대로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됩니다.
물론 게임 내용에 대한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드백이요. Hooded Horse의 플레이어 경험 디렉터이자 인기 유튜버이기도 한 Mandalore가 개발자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게임 진행 상황이나 조정 제안을 합니다. “이 캐릭터의 성우가 적절한가?” “난이도가 적정한가?” 같은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조언을 제공하기도 하죠.
때로는 개발팀에 스태프를 직접 파견하기도 합니다. Hooded Horse에는 아티스트나 UI 디자인 전문가도 있어서, 다른 현장에 그들을 빌려주기도 합니다. 몇몇 퍼블리싱 작품에는 실제로 크레딧에 그들의 이름도 올라가 있어요.
개발 현장 밖에서 하는 일은 대부분 저희가 총괄하고 있습니다. 현지화나 멀티 플랫폼 전개 관리, 외부 아티스트 위탁 대금이나 국제 송금 처리 대행, 플랫폼사나 미디어와의 협상, 스토어에서의 홍보 등이죠.
사이토:
퍼블리셔와 개발자의 소통뿐만 아니라, 개발자들끼리의 소통은 어떤가요?
팀:
Slack 워크스페이스에 계약한 개발자들을 모아두고 있습니다. 기쁘게도 개발자들은 활발하게 교류하며, 주제별로 채널을 만들어 기술적인 이야기에 꽃을 피우거나, 작품 아이디어나 반려동물 사진을 공유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들은 정말 사이가 좋습니다. 『Manor Lords』 개발자가 Steam 외 플랫폼용 빌드를 스스로 하기 싫어했을 때, 『Whisker Wood』의 Minakata Dynamics가 도움을 제안했습니다. 이런 상호 협력은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종종 일어납니다.

(개발자들 간의 우정으로 완성된 Epic Store판 『Manor Lords』)
사이토:
크리에이터들 간의 커뮤니티는 중요하죠. 저도 개발자들끼리 친해질 수 있는 시책을 몇 가지 하고 있습니다. 퍼블리셔 입장에서 그들을 지원하면서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팀:
인디 개발사가 인디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그들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그들에게 재정적 여유를 가져다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창작의 자유,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니까요.
Hooded Horse에서는 모든 스튜디오에 성공을 가져다주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리쿱을 하지 않습니다.
사이토:
리쿱이란 퍼블리셔가 스튜디오에 대한 투자금 회수를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조항이죠. 예를 들어, 어떤 게임에 10만 달러를 투자했다면, 출시 후의 수익 10만 달러까지는 모두 퍼블리셔에게 돌아갑니다. 그 10만 달러 라인을 넘기 전까지는 스튜디오에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나쁜 관행일지도 모르지만, 이른바 이 업계의 전통이잖아요.
팀:
하지만 그 전통적인 퍼블리싱에서는 개발자가 그저 그런 정도의 성공으로는 안정된 생활을 얻을 수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몇 년간 게임을 만들고도 1달러도 손에 넣지 못하는 거죠. 그들은 게임 하나를 출시하면 돈을 벌기 위해 또 다른 곳으로 내몰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점점 축소되며 수렁에 빠져버립니다.
이런 수렁에서 개발자들을 해방시켜야 합니다.
대부분의 개발자는 자기들만의 독창적인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복제만 계속 만들고 싶은 게 아니고, 무난한 상업성을 위해 아이디어를 굽히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런 개발자들이 열정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계속 탐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개발자 간 커뮤니티 만들기는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죠.

사이토:
회사 내부 커뮤니티는 어떤가요. Hooded Horse 내부에는 현재 30명 가까운 직원이 있고, 모두 원격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을 어떻게 관리하나요?
스노우:
직원들과는 무엇보다 자주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각자 일하는 방식의 속도가 있습니다. 그 속도에 맞춰 각 부서의 리더 아래에서 자율적으로 회의 시간이나 업무 방식을 조율하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모두 어떤 전문 분야를 가진 프로이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부과되는 책임이 큰 만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재량도 큽니다.
그들은 일일이 최고 책임자인 저희의 재가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저희 쪽에서도 그들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작은 회사에서 여러 퍼블리싱 타이틀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까요.
사이토:
회사로서 Hooded Horse의 특징 중 하나는 스트리머 직원들의 존재감입니다. 예를 들어 Steam 페이지의 소개문 작성을 담당하는 게 PartyElite라는 유튜버라고 들었습니다. 앞서 말한 Mandalore도 그렇고, Hooded Horse에는 스트리머가 얼마나 있나요?
팀:
우리 팀에는 YouTube나 Twitch에서 활동하는 멤버가 8명 정도 있습니다. 그들은 플레이어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고, 언어화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마케팅에서 매우 유능합니다. 특히 전략 게임 플레이어는 분석적 사고를 가지고 있어서, 팬 대표로서 그들의 관점을 항상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단, 그들이 스트리머로서 활동하는 것과 당사의 마케팅 업무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깊이 있는 게임 리뷰 영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90만 명 이상의 채널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 Mandalore)
사이토:
그렇군요, 확실히 Hooded Horse의 퍼블리싱 작품들의 스토어 소개 페이지는 매력적이더군요.
팀:
최고의 홍보는 게임의 매력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Hooded Horse에서는 Steam 스토어 페이지에서 상세한 설명을 하고, 게임의 매력을 최대한 확실하게 전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트레일러 영상도 가능한 한 실제 게임 플레이 화면을 보여주며 게임 내용이나 UI를 전달합니다. 수수해서 화제가 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저희의 타겟층은 반드시 봐줍니다.
우리 게임의 팬들은 시네마틱하고 화려한 트레일러나 밈에 편승한 눈길을 끄는 홍보 따위를 원하지 않습니다.
소개 페이지에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약속하고, 그 약속을 성실하게 지켜나가는 것. 팬들은 그것만을 원합니다. 이 장르에서는 작품 하나하나로 쌓아올린 신뢰야말로 무엇보다 최고의 홍보입니다.

(소비에트식 사회주의 국가 건설 게임 『Workers & Resources: Soviet Republic』의 스토어 소개문. 매우 세세한 설명이 여러 스크롤에 걸쳐 기재되어 있다)
사이토:
저도 Steam이 최고의 홍보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마케팅이라면 SNS인데,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팀:
SNS는 마케팅과 궁합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더 깊이 관계를 맺기 위한 공간이니까요.
마케팅은 Steam 같은 온라인 스토어나 YouTube, Twitch 같은 동영상 사이트, 또는 온라인·오프라인을 포함한 게임 잡지 등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인플루언서에게 제안할 때도 무작정 게임 코드나 홍보 의뢰를 보내지 않습니다. 전략 게임에 정통하고, 그 장점을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는 유형의 사람들로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런 인플루언서를 망라한 리스트도 있고요.
사이토:
Hooded Horse는 공식 사이트에서 “Publisher Inspired By Strategy, Simulation, and Role-Playing Games”라고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전략 게임과 시뮬레이션은 이해가 갑니다. 꽤 가까운 장르니까요. 하지만 일본인의 감각으로는 거기에 RPG가 나란히 놓이는 게 조금 이상합니다.
팀:
전략 게임과 RPG는 서로 그리 먼 존재가 아닙니다. 둘 다 어떤 이야기 요소에서 다른 이야기 요소로 이행하는 단계에서 흥미로운 선택과 결과에 직면합니다. 처음에 말한 선택의 사이클이죠. 그 경험은 전략 게임과 RPG에서 공통적입니다.
실제로 전략 게임과 RPG의 팬층은 어느 정도 겹칩니다. 이 점을 공략함으로써 Hooded Horse는 게이머들에게 인지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어떤 사람이 우리 게임 하나를 샀다고 해서 다른 퍼블리싱 작품을 모두 사주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Hooded Horse의 경우 『 Xenonauts 2』는 전술 전투 요소를 가진 RPG이고, 『Capital Command』는 우주 전함을 조종하는 샌드박스 시뮬레이션입니다. 둘 다 전혀 다른 타겟층을 겨냥한 게임이며, 둘 다 플레이하려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 Xenonauts 2’을 좋아하는 사람이 선호하는 게임과 ‘Capital Command’를 좋아하는 사람이 선호하는 게임은 겹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일종의 교차성이라고 할 수 있죠.
중요한 건 계속 같은 방향만 바라보지 않는 것입니다. 타깃층을 고정해버리면 좁은 범위에서만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어떤 게이머는 “Hooded Horse 게임의 30%는 좋아하지 않지만, 70%는 좋아한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기쁜 일입니다. 게이머들이 저희가 하는 모든 것을 좋아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게이머가 왜 브랜드를 인지하고 신뢰를 두는지에 대해서는 유념해두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Hooded Horse의 퍼블리싱 작품에는 어떤 경향이 있습니다. 바로 난이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게임이 잔인할 정도로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플레이어는 항상 게임 오버의 가능성에 노출됩니다.
게임 오버 걱정이 없는 유형의 게임이 있죠? 플레이어를 편안하게 휴식시키기 위한 게임입니다. 그런 종류의 게임은 아무리 호감 가는 전략 게임이라 해도 Hooded Horse에서 퍼블리싱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의 색깔에 반하니까요.
사이토:
장르의 교차라고 하면, 최근엔 여러 장르에 로그라이크 요소를 섞는 게 유행하는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로그라이크의 원조 『Rogue』의 직계, 『NetHack』)
팀:
저는 지금 널리 쓰이는 의미의 로그라이크를 장르로 보지 않습니다.
저는 『Dungeon Crawl Stone Soup』(2006) 같은 『NetHack』(1987) 계보의 로그라이크를 애호합니다. 그런 전통적인 로그라이크를 고집한다면 하나의 취향이 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고전적인 로그라이크 플레이어와 『The Binding of Isaac』(2011) 같은 모던 로그라이크 플레이어 사이에는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습니다. 플레이어와 플레이어 간의 연결 말이죠.
장르를 정의하는 건 그 장르의 팬입니다.
로그라이크 요소는 개별 작품을 정의할 수는 있어도 플레이어를 정의하지는 못합니다. 그건 로그라이크 요소가 매우 많은 장르에 적용할 수 있는 편리함 때문이기도 하죠. 너무나 광범위하고 다양한 사용법이 가능해서, 전혀 관계없는 게임들도 말로는 ‘로그라이크’로 묶을 수 있습니다. 이래서는 장르로서의 일관성을 갖기 어렵죠.

(4시간에 이르는 인터뷰로 처음엔 활발하던 강아지도 담요 속으로)
사이토:
확실히 “로그라이크 게임 전문 퍼블리셔”가 실재한다면, 그곳에서 출시되는 작품들은 뒤죽박죽이 될 거예요. 그러면 팬이 정착하기 어렵겠죠.
팀:
특정 장르나 취향을 개성으로 내세운 퍼블리셔를 만들고 싶다면, 공통의 잠재 고객에게 의미 있는 개성을 찾아야 합니다. 그게 팬베이스 구축으로 이어지는 거죠. 플레이어와 퍼블리셔가 일치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들끼리 공통된 니즈를 가진다는 것이 퍼블리셔를 정의하는 겁니다.
스노우:
게임 이외의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당신이 60년 전 석유 회사의 오너였다고 할 때, 자신들을 “석유와 휘발유를 만드는 회사”로 정의할지, 아니면 “에너지를 공급하는 회사”로 정의할지에 따라 그 후의 운명도 달라집니다.
왜냐하면 전자는 제품에 기반을 두고 있고, 후자는 충족시키는 요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는 에너지 회사”라고 답했다면, 그 후에는 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그 경우에는 풍력 발전에도 태양광 발전에도 손을 댈 수 있게 되어 시대에 따라 유연하게 회사를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석유 회사’라고 정의했다면, 갑자기 석유 이외의 에너지원은 시야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제품에만 기반을 두고 자신들의 회사를 정의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사이토:
특정 장르나 취향, 테마에 초점을 맞춰 개성으로 삼고 있는 인디 퍼블리셔는 Hooded Horse 외에 또 있습니까?
팀:
Fellow Traveler와 New Blood Interactive입니다.
Fellow Traveler는 내러티브 게임 퍼블리셔로서 지위를 굳혔고, 단순한 장르 팬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어떤 층을 잡아냈습니다.
그리고 New Blood Interactive는 독특한 레트로 취향을 가지고 있어, 그 또한 특정 범위의 팬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장르든 테이스트든 그들의 퍼블리싱 작품은 일관성이 있고, 팬들의 기대에 부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거기가 특정 개성을 강점으로 삼는 퍼블리셔의 장점이죠.
예를 들어 호러에는 몇 가지 하위 장르가 있습니다. 하지만 호러 게임 팬이 그 하위 장르에 따라 완전히 분단되어 있는 건 아닙니다. 보통 한 명의 장르 팬은 여러 하위 장르를 좋아하는 법이죠.
그것이 오늘날 호러 게임 퍼블리셔의 다양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지금 퍼블리셔를 시작한다면, 틈새시장을 찾기에 좋은 장르일지도 모르겠네요.

(『FAITH: The Unholy Trinity』나 『DUSK』 같은 개성적인 호러 타이틀을 출시한 New Blood Interactive)
사이토:
저도 Fellow Traveller에게서 일관된 개성을 느끼고 있어서, 취재하고 싶은 퍼블리셔 리스트를 만들 때 Hooded Horse와 함께 처음으로 꼽은 회사입니다. 실제로 인터뷰도 했고요.
하지만 말씀하신 두 퍼블리셔와 Hooded Horse 외에는 딱히 떠오르지 않네요.
팀:
대부분의 퍼블리셔는 더 폭넓게 하고 있으니까요. 보통은 퍼블리싱 작품의 선택지를 많이 두는 편이 여러모로 편합니다.
다시 말하면 특정 개성을 가지려는 퍼블리셔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적다는 거죠.
우리에게는 온갖 종류의 게임 피칭이 들어옵니다. 그중엔 끌리는 작품도 몇 개 있습니다. 하지만 ‘Hooded Horse’의 색깔에서 벗어나는 건 출시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경우엔 눈물을 머금고 다른 퍼블리셔를 소개해주기도 하죠. 퍼블리셔로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사이토:
너무 욕심부리지도, 너무 부족하지도 않게.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절제라는 것이 미덕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겠죠.
저도 처음에는 특정 개성에 특화되어 있던 퍼블리셔가 점차 만물상처럼 변해가는 사례를 여러 번 봐왔습니다. 좋은 게임이 눈앞에 있으면 출시하고 싶어지는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 퍼블리셔로서 성공하면 할수록 처음에 정했던 색깔을 흐리게 만드는 유혹이 많아지니까요.
그래서 저는 기본적으로 제안을 받지 않습니다. 저희 쪽에서 제안해서 가장 첫 기획 단계부터 관여하는 것과 같은 게임만 만듭니다. 당신의 방식과는 정반대이지만, 그렇게 해서 회사로서의 색깔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팀:
합리적인 방법이네요.

사이토:
밖에서 보면 Hooded Horse는 매우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직원 수를 3배, 4배로 늘려서 더 큰 규모의 퍼블리셔로 업계에 도전할 수도 있을 겁니다. Paradox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략 게임계의 거인이 될 수도 있죠. 그런 야망은 없으신가요?
팀:
인디 퍼블리셔는 너무 확장하지 않는 편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현재 Hooded Horse의 규모 정도가 지속 가능하고 딱 좋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포트폴리오도 없어서 개발사를 찾는 데에도 고생했지만, 지금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개발사들이 먼저 저희에게 제안을 해옵니다. 우수하고 전문성 높은 직원들이 능숙하게 업무를 처리해 줍니다. 접근해야 할 인플루언서나 언론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팬들도 우리가 신작을 발표하면 “또 Hooded Horse다운 게임을 내줬구나”하고 기뻐해줍니다. 모든 일이 해가 거듭될수록 쉬워지고 있어요.
그런 안정을 지금까지와 다른 일을 해서 무너뜨릴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끝없는 성장이나 거대한 드래곤을 쫓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기업에게 ‘성장할 수 있으니까 성장한다’는 반드시 정답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성장의 각 단계에서는 새로운 위험 요인이 나타나고,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주의가 산만해지면 전체적인 성과도 떨어집니다.
굳이 쉬워진 일을 일부러 다시 복잡하게 만들 필요도 없겠죠. 현재 규모가 우리에게 적합합니다.
사이토:
당신은 원래 MOD 개발자이기도 했는데, 장래적으로 자체 게임 개발 쪽으로 나아갈 생각은 없나요?
팀:
없습니다.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우 다른 기술과 인력이 필요하며, 인디 규모에서는 도저히 퍼블리싱과 병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Hooded Horse는 서드파티 퍼블리셔로 남을 것입니다.
어쩌면 개인적으로 만들고 싶은 게임이 생길 수도 있겠죠. 그 경우엔 Hooded Horse를 거치지 않고 개발자로서 완전히 별도의 스튜디오를 세울 겁니다. 직원도 전혀 다른 사람들을 고용해서요. 다른 분야에는 다른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식료품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농장 운영도 겸하기 시작한다는 건 무리죠.

사이토:
확대나 성장이 당신의 승리 조건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겠습니다. 그래서 떠오른 비유가 있는데요, 『Civilization』에는 정복 승리 외에도 문화 승리, 종교 승리 등이 있잖아요? 당신의 미래 게임에서의 승리 조건은 무엇인가요?
팀:
Civ 팬으로서 말하자면, 그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저는 승리 조건을 신경 쓴 적이 없습니다. 승리 조건을 충족한 후에도 게임을 계속 플레이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Civ를 플레이하는 목적은 승리 조건을 충족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운영하고, 안정시키고, 유지해나가는 것이었으니까요.
이게 바로 당신의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Hooded Horse에게 승리 조건이 있다면, 우리가 죽은 후에도 회사가 오래 지속되는 것일 겁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면면히 이어가며, 규모를 확장하지 않고, 다만 개선은 계속하면서, 앞으로 100년, 200년 동안 브랜드를 전해나가는 것이죠.
사이토:
게임 플레이어로서 당신은 최고 난이도보다 더 높은 난이도로 플레이해 오셨죠. Hooded Horse를 설립했을 때는 하드 모드였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이지 모드라고 말씀하십니다. 시시하지 않나요?
팀:
그 점이 인생과 게임의 다른 점이죠. 확실히 저는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스릴을 원합니다. 항상 게임 오버의 가능성을 의식하면서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고 하는 그 스릴을요.
하지만 실제 인생에서는 안정을 추구합니다.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직원들이나 개발자들에게 행복한 삶을 살게 해주고 싶습니다.
Hooded Horse를 세운 건 전략 게이머다운 도전이었습니다. 인디로 남기 위해 기관 투자자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자금력도 낮았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죠. 좋은 추억이긴 합니다. 하지만 다시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를 즐겁게 하는 도전은 지금 퍼블리싱을 담당하고 있는 게임 하나하나의 성공입니다.

사이토:
확실히 디지털 게임을 마주하고 있는 한, 모험심은 충족될지도 모르겠네요. 저에게 디지털 게임은 항상 커다란 수수께끼이자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팀:
동감입니다. 생활이 만족스러운 한편, 수수께끼와 호기심이 끝이 없습니다. 새로운 게임에 대한 놀라움도 마찬가지고요.
개발사에게 게임 출시는 5년에 한 번 있는 이벤트이지만, 퍼블리셔에게는 1년에 몇 편에서 10편 정도가 일상입니다. 생활이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해해나가야 합니다.
사이토:
인디 게임을 세상에 계속 내놓는 것이 세상을 좋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과연 앞으로도 계속 훌륭한 일으로 남을까요? 지금은 모든 것이 모든 수준에서 불확실한 세상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업계가 5년 후에 어떻게 되어 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팀:
인디 게임의 멋진 점은 더 많은 길을 탐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콘텐츠 산업에서는 기존의 것을 재활용하는 것이 눈에 띕니다. 인기작의 속편이거나, 혹은 다른 인기 게임과 비슷하거나. 예산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 하지 않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걸려 있으니까요.
인디 게임 개발에서는 지켜야 할 것이 적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쉽습니다. 100만 장을 팔지 않아도 충분한 개발 규모이기 때문에, 더 틈새 수요를 만족시키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파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장르도 탄생하고요.
최근 인디 게임의 히트작들은 기본적으로 정의되어 널리 인기를 끌어온 장르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인디 게임에서만 가능한 마법이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 퍼블리셔는 그런 마법을 이뤄내는 도전을 돕기 위해 여기 있는 겁니다.

스탠퍼드와 하버드를 졸업하고, 변호사 사무실이나 맥킨지에서 근무한다. 그림으로 그린 듯한 엘리트 코스다. 그대로 계속 일했다면 안정과 성공을 둘 다 손에 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팀 벤더는 그런 포장된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소년 시절 어머니나 누나와 함께 갔던 게임 가게로 돌아가듯이, 전략 RPG 인디 퍼블리셔를 창업하고 인생의 뒷골목으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과거의 팀 소년과 같은 게이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임을 찾아내고, 세상의 행복 총량을 끌어올려 갔다.
“인디 게임 퍼블리싱은 세상을 좋게 만든다”고 팀은 말한다. 인디란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도전의 자리라고. 확실히, I.N.T.에서 예전에 인터뷰했던 『Suzerain』의 아타 세르게이 노박이나 Fellow Traveller의 크리스 라이트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그 실험은 대기업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인디는 선택지를 늘려간다. 장르의 가능성이나 표현의 가능성뿐만이 아니다. 크리에이터에게는 삶의 선택지를 늘리는 수단이기도 하다. 길을, 출구를, 미래를 늘려두는 것.
뉴욕에 있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생물 다양성 홀에는 이런 설명이 있다고 한다. “현재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다.”
최근의 게임 업계 또한 몇 번째인가의 멸종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런 하드 모드의 세계에서 Hooded Horse는 앞으로도 선택지를 늘리기 위한 전략을 계속 짜나가고 있다.
인터뷰 중에 “인생과 게임은 다른 것이죠”라며 웃었던 팀이었지만, 그 역시 게임을 통해 세상을 그려내고 있는 게 아닐까.
인터뷰가 끝났을 때, 시애틀에서는 이미 해가 졌다. 오후 6시가 넘었다.
11월 4일이었다.
2024년 11월 4일.
돌아가는 길에 사이토가 문득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내일은 대통령 선거네요.” 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힘든 시대네요.” “그래요, 힘든 시대죠.”
서로 그 이상은 파고들지 않았다. 선거 결과도 나오지 않았으니 구체적인 감상을 말할 수도 없었는지 모른다. 다만 다음 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지금이 ‘힘든 시대’이며,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점은 명백했다.
게임 업계는, 아니, 인류는, 시대라는 이름의 사나운 말을 길들여나갈 수 있을까? 길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을까?

(“바이바이”라고 윙크로 배웅해준 강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