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5

『Thronefall』파울 슈네프 – 전략 게임에서 두통을 없애고 싶다

【머리말】

작은 존재가 거인을 이길 수 있을까?

2024년 10월 11일, 이전부터 얼리 액세스로 화제를 모았던 『Thronefall』이 정식 출시되었다. 작은 나라를 제로부터 세우고 밀려오는 적군에 맞서는 타워 디펜스형 전략 게임이다. 선명하고 인상적인 비주얼과, 요소를 깎아낸 심플하고 접근하기 쉬운 게임 디자인이 화제를 불러일으켜, 10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놀랍게도, 『Thronefall』은 단 두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두 사람은 파울 슈네프와 요나스 티롤러. 그들은 대학 시절부터 베를린을 거점으로 『Thronefall』 외에도 다양한 히트작을 만들어내며, 독일 인디 게임 업계에서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그들의 게임 제작의 핵심은 “미니멀”함이다.
이 철학은 게임 디자인뿐만 아니라,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형상화 한다”나 “불필요한 것을 더하지 않는다”는 개발 스타일, 스튜디오를 필요 최소한의 규모로 유지하는 경영 방침,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게임 개발의 진행 상황이나 실패담 등을 솔직하게 전하는 홍보 방법까지 이어지고 있다.

점점 알고리즘의 지배가 강해지고, 대기업이 모든 것을 차지해가는 현대 게임 업계.
그런 어려운 시대에 일부러 작은 규모를 유지하는 인디 게임의 활로가 발견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취재진은 『Thronefall』의 제작자 파울 슈네프 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녹음은 2024년 8월 21일, Gamescom의 Indie Arena 부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듣는이・편집 /Jini
듣는이・기획/사이토우 다이치
집필/치바 슈우
통역/J-mon
사진/JUMPEITAINAKA
번역/아키야마 하야토

대학에서 게임 제작을 배우고, 재학 중에 데뷔작이 히트

Jini:
안녕하세요. 일본에서 비디오 게임 비평을 쓰고 있는 Jini입니다. 이번에는 2023년에 출시된 전략 게임 중에서도 제가 특히 즐겁게 플레이한 『Thronefall』의 개발자인 당신에게 이 훌륭한 게임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자 일본에서 왔습니다. 특히 스토어 페이지에서도 강조된 “미니멀”한 게임 제작에 관해서요.

파울:
안녕하세요. 독일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파울 슈네프(Paul Schnepf)입니다. 친구인 요나스 티롤러(Jonas Tyroller)와 함께 작은 게임 개발 스튜디오인 Grizzly Games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Jini:
게임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요나스 씨와 어떻게 만나 Grizzly Games를 만들게 되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파울:
베를린 응용과학대학(HTW Berlin)이라는 공립 대학의 게임 디자인 전공 프로그램에서 만났습니다. 요나스와 Grizzly Games의 또 다른 원년 멤버인 프리데만 알멘뢰더(Friedemann Allmenröder)와 같은 반이었어요.
대학에서는 팀을 이루어 3~4개월에 걸쳐 작은 게임을 만드는 수업이 있었습니다. 그때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탄생한 것이 데뷔작인 『Superflight』입니다.
Steam에 출시하게 된 것은 상업적인 계산보다는 “잘 만들었으니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순수한 욕구에서였습니다. 회사를 설립한 것도 게임을 판매하기 위한 법적 절차상의 필요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어요.

(『Superflight』)

Jini:
『Superflight』도 미니멀한 게임이었죠. 특별한 설명도 없이 그저 자연 속을 글라이딩하는 게임이었고, 가격도 약 3300원이고 미니멀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 여러분은 아직 대학생이셨죠. 인디 개발자로 독립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결정이었을 텐데요?

파울:
아직 학생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두려움이라는 것을 몰랐어요. 『Superflight』가 예상 밖으로 잘 팔려서 “어쩌면 자작 게임으로 먹고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립의 위험에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친구들과 셋이서 하는 스튜디오이고, 실패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수습하면 될 뿐이었죠. 오히려 학생이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도중에 “규모를 더 확장해서 대작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라고 요나스와도 이야기해 보았지만, 결국 지금의 스타일이 가장 우리에게 맞는다는 것을 깨닫고 그만두었습니다.

Jini:
게임 제작 코스를 가진 대학은 독일에서 흔한 편인가요?

파울:
제가 입학할 당시에는 독일에서도 드문 편이였나? 전국적으로도 두 곳 정도였던 걸로 압니다. 그 이후로 국가도 게임 분야의 육성에 관심을 갖게 되어, 지금은 꽤 늘어났다고 들었습니다.

Jini:
그 커리큘럼에서는 어떻게 게임 제작을 가르쳤나요?

파울:
제가 다닌 학교는 무엇보다 실천 중심이었습니다.
프로그래밍, 비디오 게임의 역사, 디자인, 스토리, 아트 등 게임 제작의 기초를 첫 해부터 철저히 배웠어요.
독일다운 점으로는 보드 게임을 만드는 강의도 있었습니다. 게임의 메커니즘을 배우는 데 꽤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다양한 것을 경험한 덕분에 저도 요나스도 대부분의 일을 혼자서 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HTW Berlin)

Jini:
그렇군요. 현재 독일에는 그렇게 게임 개발을 교육하는 장소가 있군요. 그 외에도 독일에서 게임을 개발하면서 누린 이점이 있나요?

파울:
공공 복지가 잘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큰 것은 교육 제도라고 생각해요. 국공립 대학은 무료 또는 저렴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우리도 학생 시절 대학의 프로그램과 공적 보조금 덕분에 제작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어요.
사회 전체적으로도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부상이나 실패가 있더라도 보험이나 보조금으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요. 떠돌이 예술가라도 어느 정도 사회의 보호를 받으며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독일에서 게임 업계는 사회적으로 아직 완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술직이나 건축, 자동차 제조업, 의사 등에 비하면 게임 업계는 “제대로 된 직업”으로 간주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에요.

(인터뷰가 진행된 독일 gamescom. 다른 게임 전시회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큰 인디 게임 부스가 눈에 띄었다)

Jini:
그렇군요. 사실 독일에 취재를 오기 전에 아이들의 장래 희망에 대해 조사해 보았어요. 그 결과 여자아이들은 “선생님”, “의사”, “보육사”와 같은 전문직, 남자아이들은 “IT”, “공업 정비사”, “자동차 정비사” 등 제조업, 어쨌든 매우 장인적인 꿈이 인기였습니다.
일본 아이들이 “유튜버”를 목표로 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인상이었어요.

파울:
독일에서는 보통 10살에 초등학교(Grundschule)를 졸업하는 시점에 직업에 특화된 교육을 받을지, 아니면 대학 진학을 위한 교육을 받을지를 결정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래서 마이스터 제도, 즉 장인(Geselle)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고, 그것이 실용적인 직업이 선택되는 이유일 것입니다.

Jini:
그래서 “꿈” 속에서 몇 안 되는 창의적인 직업이 “건축가”나 “디자이너”였던 거군요. 자동차나 건축 같은 실용적인 창조 분야에서 독일인의 창의성이 발휘되어 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파울:
아, 맞아요. “건축가”는 독일에서 드물게 창의적이면서도 “제대로 된 직업”으로 여겨집니다. 그 외에도 그래픽 디자이너나 미디어 관련 직업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게임 개발이라고 하면 아직도 많은 독일인에게는 낯선 분야입니다.

미니멀리즘의 게임 디자인

Jini:
슬슬 본론인 『Thronefall』의 “미니멀한 게임 디자인”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먼저, 『Thronefall』의 콘셉트는 “미니멀리스트 전략 게임”이라고 Steam 스토어 페이지에도 적혀 있습니다. 이를 강조하고 스튜디오의 컬러로 내세우는 의도는 무엇인가요?

(Steam 스토어 페이지에는 “당신의 작은 왕국을 건설하고 방어하는 미니멀한 게임”이라고 적혀 있음.)

파울:
한마디로 말하면,“두통의 경감”입니다. 플레이하는 쪽, 만드는 쪽 모두에게요.
플레이어에게 선택을 시킬 때, 임팩트를 최대화하면서도 가능한 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합니다. 그렇게 해서 “접근성(액세시빌리티)”(※)을 넓게 유지하는 것이 저희의 철학입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도 인기 있는 전략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이들은 유닛과 건물을 관리하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임인데, 그 과정에서 매우 방대한 유닛을 관리해야 합니다. 이 건물을 여기에 놓고, 이 부대를 저쪽에 파견하고… 그래서 게임 후반부에는 조작량이 많아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아집니다.

그래서 『Thronefall』에서는 “유닛을 세밀하게 조작할 수 없다”거나 “구매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하나뿐” 등 의도적으로 선택지를 줄임으로써, 동시에 플레이어의 조작량과 “두통”을 줄이도록 했습니다.

특히 제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탑이나 집과 같은 건물을 “어디에나 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미리 정해진 건축 예정지 중에서 플레이어가 임의의 장소에 놓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많은 전략 게임에서는 건물을 어디에나 자유롭게 놓을 수 있게 설정하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건물의 배치에 따라 게임의 체험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 “자유”는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물론 복잡한 게임에는 복잡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사실 저 자신은 사적으로는 복잡한 게임을 자주 즐깁니다.
최근에는 『림월드』에 빠져 있네요. 그 게임은 정말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플레이하다 보면 캐릭터들의 인생이 겹치고 거점의 발전이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저희는 어디까지나 미니멀하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전략 게임을 목표로 『Thronefall』을 만들었습니다.

(※) 일반적으로 일본 게임 문화에서 “액세스빌리티”는 특히 게임 플레이에서의 장애에 대한 창의적인 배려를 가리키지만, 여기서는 화자를 존중하여 그대로 게재하고 있습니다.

(화면 내에서 하얀 점이 “건설 가능지”. 본작에서는 건설물의 위치와 종류가 고정되어 있으며, “어떤 순서로 어떤 건설물을 지을 것인가”만이 초점이 됨.)

Jini:
바로 그 “두통의 경감”이 제가 『Thronefall』에서 감동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선택지를 너무 줄이면 단조롭고 지루한 밸런스가 됩니다.
그 점에서 『Thronefall』은 게임 디자인의 더하기와 빼기가 매우 교묘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더하고 빼는 판단은 어떤 기준에서 이루어지나요?

파울:
먼저, 안이하게 더하지 않는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오리지널 아이디어를 가능한 한 유지합니다. 복잡함과 단순함의 조화, 그 균형점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과제가 생기면, “더하기” 이외의 선택지를 모색해 보는 것입니다.
저희도 플레이어로부터 “충분한 선택지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피드백을 자주 받습니다.
반금 나온 예로 말하자면, “시설을 건설할 위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것은 재미없다”거나요.
이 경우 가장 쉬운 대처법은 “시설을 건설할 위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해서 정말로 플레이어의 불만이 해소될까요?
그들의 불만의 본질은 사실 “선택지가 적다”는 것이 아닙니다.

근원은 “플레이어가 영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저희는 이 문제를 시설의 업그레이드에 여러 가지 버전을 제공함으로써 대처했습니다. 심플함을 유지하면서도 적절한 복잡성을 부여하여, 선택에 임팩트를 더한 것입니다.

(Steam에는 매일 플레이어들로부터 다양한 피드백이 옴.)

Jini:
피드백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와의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의 힌트로 삼는다는 것이군요.

파울:
플레이어로부터의 피드백은 항상 옳습니다. 문제는 그것에 어떻게 응답하느냐입니다. 이미 있는 것을 개선하고, 더 잘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는 것이 저희의 방식입니다. 실제로 저희의 작품은 불필요한 요소를 더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Jini:
하지만 『Thronefall』의 최신 업데이트(2024년 8월 시점)에서 “Uferwind”라는 맵이 추가되었습니다.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서, 거대하고 다소 복잡한 맵입니다. 저 자신은 매우 즐겁게 플레이했지만, 왜 그다지 미니멀하지 않은 맵을 구현하셨나요?

(중반의 핵심인 Uferwind. 방대한 적을, 방대한 방어 설비로 맞이하는 것은 상당히 장관.)

파울:
음… 그 부분을 찔리니 아프네요(웃음). 말씀하신 대로, 그것은 저희의 혼란이 드러난 맵입니다. 후반 스테이지가 되면 플레이어들이 보다 풍부한 경험을 원하고 있다고 저희는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보통의 게임 제작”의 생각이겠죠? 하지만 저희는 저희를 따라와 주신 유저들을 조금 신뢰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평판도 그다지 좋지 않고…

Jini:
아, 아뇨, 심술궂은 말투가 되어 죄송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저 자신은 그 맵을 매우 좋아합니다.

파울:
감사합니다. 다음 스테이지에서는 아이디어의 원점으로 돌아가 조금 더 압축할 예정입니다.

Jini:
미니멀함으로 인한 스트레스 프리에는 유저와 크리에이터 양쪽 모두에게 이점이 있다고 아까 말씀하셨습니다. 개발 측에게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개발자가 두 명밖에 없기에 가능한 개발 기술이 있다면?

파울:
무엇보다 의사 결정의 신속함이겠죠.
신작을 만들 때 저희는 먼저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 중에서 좋아 보이는 것을 선택해 이틀, 삼일 만에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시제품으로 만듭니다. 그것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말지 판단하고, 안 되면 다음 시제품으로 넘어갑니다.

(『Thronefall』 초기의 프로토타입)

Jini:
이틀, 삼일! 대단한 속도네요. 개발자에 따라서는 프로토를 충분히 다듬지 못하거나 성급히 시작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파울 님의 작업 방식은 효율과 합리성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상적인 개발 사이클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울:
하지만 그 이상이 매번 잘 돌아가 준다면 고생하지 않겠죠(웃음).
애초에 『Thronefall』은 처음에 덱 빌딩형 카드 게임을 만들려고 한 데서 시작했습니다. 요나스가 “이것만 있으면 절대 잘 될 거야!”라는 아이디어를 몇 개 생각해 냈고, 저도 “그거라면 가능하다”고 느꼈습니다. 실패할 리 없는 아이디어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조합해서 막상 돌려보니… 어쩐지 잘 되지 않았습니다.
평소라면 깨끗이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저희는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그럴 리 없어! 반드시 재미있어질 거야!”라는 욕심을 도저히 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버티고 버텼습니다. 마침내 실패를 받아들인 것은 3개월 후였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도 재미있어지지 않는다.” 요나스와 그렇게 결론 내렸습니다.
집착했던 아이디어를 놓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입니다.

Jini:
그 건은 요나스 님의 devlog(※)에서도 밝혀졌죠.

(※): Dev(개발/개발자)와 vlog(비디오 일기)를 합친 말. 개발자가 다루고 있는 콘텐츠의 제작 과정이나 일상에서 생각한 의견 등을 발신하는 잡기적인 영상. Grizzly Games의 요나스 씨는 자신이 Devlog를 게시하는 YouTube 채널을 가지고 있으며, “게임잼에 제출하려 했으나 어찌할 수 없었던 게임의 실패담”에 대한 영상을 게시하고 있음.)

파울:
그때의 좌절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마음이 침체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직전까지는 1작, 2작 연속으로 히트시켜서, 저희는 이미 게임 제작을 마스터한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아니, 애초에 자신에게 게임 제작의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닐까…? 그런 절망까지 떠올랐습니다.
Discord에서 요나스와의 회의를 마치고, 무거운 고통이 짓누르는 머리로 침대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4시에 문득 깨어났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자신의 왕국을 세우고, 그것을 지킨다.”

그 이미지에 이끌려 컴퓨터 앞에 앉아 6시간 만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냈습니다. 돌려보니, 이것이야말로 저희가 원하던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요나스에게 전화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찾았다.”
그것이 『Thronefall』입니다.

Jini:
아이디어에 집착하여 3개월이 6개월, 6개월이 1년이 되는 것. 개발 현장에서는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그런 개발에서 벗어난 경험자로서 얻은 교훈이 있나요?

파울:
막다른 길에 부딪혔다고 느꼈을 때는 먼저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
그곳에서 자신들이 그 아이디어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 그리고 그 핵심이 된 감정을 떠올립니다. 감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오리지널한 아이디어는 제품화로 이어졌을 때도 지켜야 할 게임의 핵심이 됩니다.
그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해야 할지, 포기해야 할지가 자연히 보일 것입니다. 고민하고 고통받는 것, 그것도 또한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주얼의 쾌락에 대해

Jini:
두 명밖에 없는 스튜디오이기에 가능한 효율과 속도라는 인상도 받습니다. 두 분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나누어져 있나요?

파울:
대학교에서 단련된 덕분에 저희 둘은 게임 제작에 관한 일이라면 대부분 해낼 수 있습니다.
서로 그때그때 필요한 작업을 하기 때문에 특정한 역할 분담은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밸런스 조정이나 디자인, 새로운 유닛의 고안 등은 요나스가 맡는 경우가 많고, 비주얼 측면은 저가 담당하는 정도일까요.
『Thronefall』 이전의 비주얼은 프리드만이 담당했습니다. 정말 훌륭한 아티스트로, 지금도 절친한 친구입니다. 하지만 그는 개인 제작으로 자신의 아트를 추구하기 위해 Grizzly Games를 떠났습니다. 새로운 아티스트를 고용할 여유는 없었기 때문에 제가 그의 빈자리를 메웠습니다.

(프리드만 씨가 독립하여 만들어낸 건축 게임『SUMMERHOUSE』<https://store.steampowered.com/app/2533960/SUMMERHOUSE/?l=japanese>)

Jini:
하지만 프리드만 씨의 작품이든, 파울 님의 작품이든, Grizzly Games의 작품은 아트도 아름답습니다. 『Thronefall』이 훌륭한 것은 따뜻함이 있는 미니어처 같은 성채를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그 발전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주얼뿐만 아니라 게임에 필수적인 쾌감도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적을 쓰러뜨리면 퍽 하고 부서져서 코인을 떨어뜨립니다. 그 코인을 회수할 때 짤랑 하고 소리가 나지요. 그게 상쾌합니다.
귀여운 비주얼에 더해 애니메이션과 소리의 쾌감으로 체험으로서 매우 상쾌한 것이 되었습니다.

파울:
개발자에게 상쾌한 것은 플레이어에게도 상쾌할 것입니다.
비주얼 제작도 미니멀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건물 등의 오브젝트의 그림자에는 모두 같은 셰이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바위나 나무는 스테이지마다 설정된 테마에 따라 변하지만, 스테이지 내에서는 그것들을 세로 또는 가로로 늘리거나 해서 외관을 바꾸고 있습니다. 일일이 새로운 오브젝트를 만드는 것은 힘드니까요.

(SE와 이펙트가 상쾌하다)

포스트 알고리즘 시대의 홍보술

Jini:
이제부터는 『Thronefall』의 내용에서 벗어나 외적인 부분, 독특한 홍보 방법 등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요나스 씨는 Devlog를 업로드하는 게임 개발 유튜버로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는 언제부터 Devlog를 시작하셨나요?

파울:
2018년입니다. 『Islanders』를 완성했을 때 즈음이죠. 그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게임 제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약 20만 명의 구독자가 있습니다.

(요나스 씨의 채널에서는 『Thronefall』의 개발 과정도 수시로 공개되고 있음)

Jini:
동영상을 보니, 게임에 관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많아서 재미있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아이디어를 연달아 떠올릴 수 있는 건가요?

파울:
저희 머릿속은 항상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어요! 넘쳐서 곤란할 정도죠. 일상생활 곳곳에서 아이디어의 원석을 찾아냅니다.
영감의 원천 중 하나는 게임입니다.
아까 제가 『Rimworld』에 빠져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동시에 그런 게임을 더 접근성 있게 언젠가 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방식으로 어레인지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곤 합니다. 저희는 그 에센스를 어떻게 미니멀하게 담아낼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Rimworld』)

Jini:
좋아하는 게임으로 생각 났는데요, 파트너인 요나스 씨는 약 2년 전 게임 미디어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OUTER WILDS』”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요즘 요나스 씨가 빠져 있는 다른 게임이 있나요?

파울:
…다른 게임요? 글쎄요… 그 친구는 계속 『OUTER WILDS』 이야기만 해요. 『OUTER WILDS』 이야기가 나오면 엄청 말이 빨라지고요…

(요나스 씨가 『Outer Wilds』의 영향을 받아 개인적으로 제작한 작품 『Will You Snail?』)

──오타쿠가 좋아하는 것 이야기할 때 말이 빨라지는 건 세계 공통이군요.

파울:
저도 지난 3, 4년 동안 계속 『Rimworld』만 해서 남 말 할 처지가 아니에요. (웃음)

──참고로 제가 『Thronefall』을 알게 된 것은 그 멋진 로고와 트레일러 덕분이었습니다. 트레일러에서도 미니멀리즘이 엿보이네요.

(Thronefall로고)

파울:
감사합니다. 색상은 일부러 현재 게임의 트렌드에서 벗어나면서도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비비드한 색감을 목표로 했습니다. 프리드만의 영향도 제 안에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캡슐 이미지도 로고와 폰트만으로 제한하면서, ‘Throne’이라는 단어와 중세풍의 폰트로 직관적으로 내용을 상상할 수 있게 했습니다.
트레일러는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가”를 간결하게 전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AAA 타이틀처럼 시네마틱한 이미지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인디 게임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Thronefall』 공식 트레일러. 내레이션도 요나스 씨)

Jini:
소개 페이지 하나만 봐도 세심한 노력이 담겨 있군요. 요즘 인디 게임 시장은 치열한 레드오션이 되어, 인디 게임에서도 홍보 방법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인디 게임의 프로모션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파울:
개인적으로 저는 광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입소문으로 퍼지는 것이 이상적이죠.
생각해보면, 저희는 운 좋게도 좋은 시기에 데뷔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17년에 『Superflight』를 스팀에 출시했을 때는 아무런 홍보도 하지 않았습니다. 보도자료조차 보내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곧바로 미디어에서 15건 정도의 취재 요청이 들어와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인디 게임도 비교적 적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새로 인디 게임을 만드는 분들은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때 저희처럼 아무런 홍보 없이 출시해도 지금은 수많은 신작에 묻혀 버려 화제가 되지 않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인디펜던트” 스튜디오가 생존할 여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저희 역시 이제는 단순히 게임만 출시하고 끝낼 수 없어서, 정공법의 홍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저희 역시 이제는 단순히 게임만 출시하고 끝낼 수 없어서, 정공법의 홍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Thronefall』 때는 스팀 넥스트 페스티벌에 데모를 출품했고, 인디 게임 전문 광고 PR 회사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요나스의 Devlog도 그 일환입니다.

(스팀의 “인기 신제품”이나 “최고 인기 제품”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매출이 크게 달라짐)

Jini:
말씀하신 대로, 현재 스팀에는 매일같이 수많은 신작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스팀에서 눈에 띄기 위해 스팀 고유의 알고리즘을 해킹하는 방법도 생겨나고 있죠. 이 알고리즘 연구가 홍보뿐만 아니라 게임의 내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파울: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알고리즘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어요. 이대로라면 Jini 님 말씀처럼 게임 작품의 내용까지 변질시켜 버릴지도 모릅니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저는 알고리즘에 맞춘 게임이 아니라, 좋은 게임이 잘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바라고 있어요.
게임 업계에, 인디든 대형 퍼블리셔든 관계없이 개발자나 퍼블리셔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팔려고 하지 말아 주세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주세요.
우리의 게임은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지 않아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제가 바라는 알고리즘은 단 하나, “재미있으니까 팔린다”는 것입니다.

【후기】

이번에 취재를 진행한 gamescom의 회장인 쾰른메쎄가 위치한 라인강 건너편에는 루트비히 미술관이 있다. 이곳에는 수많은 독일의 예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눈에 띈 것은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현대 미술이다.

특히 필자의 인상에 남은 것은 이미 크뇌벨(Imi Knoebel)의 “Anima Mundi 2-5 II Ed.”. 비비드하고 심플한 도형이 그려진 캔버스 약 30장이 불규칙하게 배치된 기묘한 작품이다. 현재도 쾰른의 이웃 도시인 뒤셀도르프에 거주하는 크뇌벨은 전후에 융성한 미니멀 아트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여겨지고있다.

이번에 파울 씨의 입에서 나온 “미니멀”함을 게임 디자인부터 아트, 제작 현장에까지 반영하고 있는 그 사상을 들으면서, 독일이 길러낸 예술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단순히 간소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들만의 독특한 테이스트로 물들이면서도 불필요한 것을 “더하지 않는” 것을 지속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동시에 그들은 계속 변화하는 유연함도 지니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후회와 함께 떠오르는 실패나 망설임도, 젊은 그들에게는 필요한 양분일지도 모른다.

“흐르는 강물은 끊임없고, 그러나 같은 물은 아니다”라고 고인은 말했다. 예측할 수 없는 급류가 되어가는 인디 게임 업계는 크리에이터들을 어디로 데려가는 것 일까. 메쎄 옆에서 게임계의 변화를 지켜봐 온 라인 강의 수면은 오늘도 잔잔히 흐르고 있다.